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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체감경기 급랭…4분기 역성장 ‘불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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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경제에서 심리는 중요하다. 주변 여건이 어려워도 경제 주체가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경기는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이 현실을 낙관한다면 지금 이익이 안 나도 투자에 나설 수 있다. 비관적인 판단을 하면 반대 결정을 할 수 있다. 올해 3분기 현실은 후자에 가깝다. 2분기 회복하던 기업의 투자 심리가 각종 대내외 악재에 다시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2분기엔 회복세 보이던 BSI
리콜·파업 맞물려 3분기 급락
건설투자 줄어 연말이 더 걱정

4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일부 민간 경제연구소 등은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 또는 0%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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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650여 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3분기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시황이 84, 매출이 83이다. 지난 분기보다 각각 6포인트, 11포인트 떨어졌다. 1분기보다 각각 13포인트, 19포인트 오르며 상승세를 보였던 2분기의 기세가 다시 꺾였다.

BSI는 기업의 경제 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다. 설문조사를 통해 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를 0~200의 범위 내에서 수치로 나타낸다. 100이 기준점인데 지수가 100보다 높게 나오면 지난 분기보다 경기가 좋다고 느끼는 기업이 더 많고, 지수가 100을 밑돌면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조사결과를 보면 세부 항목별로도 체감경기 하락세가 뚜렷했다. 내수가 83으로 부진했으며 수출은 92로 그보다는 나았지만 역시 지난 분기보다는 하락했다. 경상이익(82)과 자금사정(85) 역시 부진이 지속됐다. 설비투자(98)와 고용(96)은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역시 기준점보다 아래였다.

3분기 BSI가 하락한 데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대기업의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2분기에 100을 넘어서며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던 ICT와 대기업의 매출 BSI는 각각 93과 85로 100 아래로 떨어졌다. 리콜에 이어 단종까지 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파동, 현대자동차의 파업과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조선·해운업 부진 등의 악재가 맞물린 탓으로 보인다.

실제로 3분기 자동차업종의 매출 BSI는 71로 2분기보다 16포인트나 떨어졌다. 지난 분기에 BSI 기준점 100을 넘겼던 전자는 14포인트 하락하며 92를 기록했다. 중화학공업, 경공업 등도 두자릿수 낙폭을 기록하며 80포인트 대에 머물렀다.

이 같은 상황은 민간 및 정책 경제연구기관들의 불안한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 기관들은 대부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나 0%대에 머물 것으로 봤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와 투자 모두가 4분기에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를 제외해도 성장률이 마이너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세계 경기가 계속 부진한 가운데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건설투자도 4분기에 하락함에 따라 성장률이 0%대 초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기업의 4분기에 대한 기대 심리는 연구기관보다 긍정적이었다. 산업연구원 조사에서 업계의 4분기 전망 BSI는 시황 96, 매출 99로 100포인트대에 근접했다. 지동차와 전자기계, 반도체 및 화학 등도 100을 넘어섰다. 내수도 98로 전분기 전망보다 3포인트 올랐다.

김건우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수출 대상국의 경기 반등과 수출단가 하락 등으로 4분기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장기적으론 제조업의 스마트화, 서비스업과의 시너지 등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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