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서 왕비역 탤런트 김도연 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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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귀엽고 발랄한 아가씨로만 알려진 MBC-TV 탤런트 김도연양(22)이 사극 『남한산성』에서 기품있는 중전마마로 출연하고 있어 화제다. 『남자의 계절』에서 미란(최명길분)의 여동생 「미야」로 출연, 애교 만점의 깜찍한 연기를 보여줬던 김양의 이번 변신은 거의 모험에가까운 것이었다.
『제가 사극에 출연하리라곤 꿈에도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너무 어색하다고 주위에서 자꾸만 놀리고…제얼굴이 사극과는 너무 안어울리나봐요.』
가벼운 한숨…. 그러나 이번 기회를 통해 근엄하고 품위있는 연기를 확실히 배워 두겠다고 결심, 자신도 모르게 걸음걸이까지 바뀌었다고 털어놓는다.
극중 인조비는 선비의 아내로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전란에 휩쓸려 피난을 다니다 끝내 병사하는 역. 공교롭게도 출연했던 드라머 중 『남자의 계절』을 제외한 모든 작품에서 죽는 역을 맡았다. 『꿈을 찍는 사진사』 『팔색조』 『청소부』등 베스트셀러극장 세편에서 각각 교통사고·자살·위암에 걸려 숨지는등…죽는 연기(?)엔 자신이 있다.
84년초 안양예고를 졸업하자마자 MBC탤런트 17기생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샛별. 『남자의 계절』이 그녀를 유명하게 만들었지만 지적인 작부역을 맡았던 『팔색조』와 체념의 힘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봤던 『청소부』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말한다. 크고 맑은 눈이 갑자기 빛을 낸다.
『팬들은 발랄한 여대생역만 하라고 성화지만 연기자에게 주어진 특혜란 다양한 삶, 거듭난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는것 아녜요?』
그렇다. 생각과는 달리 그녀는 조용하고 내성적이다. 목소리도 나지막한 허스키다. 『남자의 계절』에서 깡충깡충 뛰던 말괄량이가 그녀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여덟가지 색깔로 변하는 새(팔색조)-그녀는 탤런트인 것이다.
김도련양은 1986년을 잊지못할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녀는 무명의 신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왕비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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