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산울림 소극장 「위기의 여자」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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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남편의 바람끼는 아내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부부사이에 변치않는 사랑은 가능한가』 『주부들이 자신을 지키고 자신의 생활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이러한 중년주부들의 주된 관심사를 놓고 토론하는 자발적인 모임이 일주일에 2번,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하오4시40분 홍익대 입구 마포구 서교동 소극장 산울림에서 열린다.
지난 4월1일 막을 올려 장장 7개월째 롱런을 하고있는 「시몬·보브와르」작·오증자번역· 임영웅연출의 화제작 연극 『위기의 여자』의 공연장.
11월30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위기의 여자 는 처음부터 영동의 아파트촌 주부들이 봉고차로 단체관람을 오고 춘천·수원에서 원정 관람을 오는 등으로 인기를 모았다. 특히 1주일에 1회씩(9월부터는 2회)연극공연후에 가진 관객들과의 대화시간은 출연자 조명남·이주실씨와 박완서·오증자·강신균·오재천씨등이 나와 자리를 함께 했는데 의외로 높은 여성들의 참여로 또 다른 화제가 되었다.
의사인 남편과의 사이에 두 딸을 낳아 키우며 22년간 행복하고 모범적인(?)결혼생활을 하고있다고 믿어온 44세의 중년여성「모니크」. 그의 결혼의 허상은 어느 저녁 느닷없이 남편 「모리스」로부터 『애인이 있다』 는 고백을 들으면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는 놀라움과 분노, 불안의 소용돌이 속에서 『제 입에 넣기 위해 고기 한칼 마음 놓고 사는 아낙네가 있는 줄 아느냐』며 자신의 희생과 헌신으로 오늘까지 가정이 지탱해왔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남편 「모리스」 는『지나친 헌신은 때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사람이란 미명하에 자신을 옭아매고 월급봉투 전달자로 만들었다』고 아내를 매도한다. 나아가 변호사인 애인 「노엘리」와 비교하며 『집에서 살림이나 하는 여편네들의 저속함이란…. 당신도 좀더 지적인 일에 관심을 가져줘!』 라고 외친다.「모니크」는 좌절과 절망속에 옛 애인·친구·점장이·정신과의사·딸을 찾아 구원을 청하나 아무도 그에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모두들 『사람과 결혼에 모든 것을 걸었던 그의 잘못을 지적하고, 자신을 지키지 못한 것은 범죄』라고까지 말한다.
방황끝에 「모니크」 는 결국 구원은 자신 안에 있으며, 아내와 어머니가 아닌 한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개척해야 한다는 자성과 함께 연극은 끝난다.
『「모니크」의 이야기는 바로 제자신,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라 너무 많은 것을 느꼈읍니다』 결혼생활 17년째라는 40대초 주부. 『너무 속상했어요. 제경우와 흡사하다고 친구가 권해 왔는데, 역시 해답은 없군요』 결혼생활 5년째라는 30대초 주부의 얘기.
한쪽 발에 기프스를 한 불편한 몸으로 연극을 관람한 60대의 한 주부는 『요즈음 몸이 아파 쉬면서 참 외롭고 고독한 시간속에서 새삼 가족과 자신의 관계를 생각해본다』 며 『너무 많은 것을 주고보니 그들은 받는 것에만 익숙하여 내가 도움을 청할때는 주지 않더라』 고 고백, 장내를 숙연케했다. 7일 대화의 모임 광경.
연출의 임영웅씨는 지난6개월간 약3만4천명의 관객(그것도 중년여성이 주로 (약80%) 연극공연에 몰렸던 것은 하나의 「경이) 라고 말하며『무대는 프랑스지만 주제가 오늘날 한국주부들의 관심사라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고 분석.
한 여성학자는 주부들은 이 연극을 보면서 남편을 다른 여자에게 빼앗겼거나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대리체험을 통해 해소하는 것 같다고도 얘기한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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