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만 쳐도 강화유리가 와장창…언양 관광버스에 '이것' 있었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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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국과수 직원들이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경부고속도로 언양 분기점 경주 IC 방향 1㎞ 지점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화재사고로 10명이 숨진 버스에 대한 정밀 감식을 실시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13일 발생한 울산 언양 관광버스 화재 사고의 인명 피해가 컸던 것은 위기 상황에서 탈출을 돕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출입문은 막혔고 급박한 상황에서 버스 유리창을 부수기는 불가능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내놓은 ‘전세버스 화재사고 관련 사고 재발 방지 대책’에서 비상해치와 비상망치에 초점을 맞췄지만,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 일부와 남아프리카에서 사용되는 안전 장비가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세이프티 펀치(Safe T Punch·이하 STP)라고 불리는 장치인데, 대중교통 사고로 인한 위급 상황에 작은 충격으로도 차유리를 산산조각낼 수 있게 도와주는 탈출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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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현장에서 사용되는 포크레인 유리창에 세이프티 펀치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 STP 공식홈페이지]

빨간색 원형 버튼 모양의 STP를 유리창에 부착하고 충격을 가하면 연결된 유리창 전체가 잘게 부서지면서 깨진다.

장치의 아랫부분에 텅스텐 재질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붙어있어서 약한 힘으로도 강화 유리를 쉽게 부술 수 있게 해주는 원리다.

노약자나 어린이, 또는 사고 상황에서 부상을 당한 사람이 큰 힘을 쓸 수 없을 때를 고려한 아이디어 장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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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 펀치를 이용해 실제 버스 유리창을 깨는 모습. 유리창 상단에 부착된 세이프티 펀치에 충격을 가하자 유리창 전체가 바깥쪽으로 떨어져 나간다. [사진 유투브 캡처]

뒤늦은 가정이지만 화재가 발생한 관광버스에 STP가 있었다면 승객들이 각자 자리에서 도로 쪽으로 난 창문을 깰 수 있었을 수도 있다.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위기 상황을 가정해서 저런 상품까지 개발했다는게 놀랍다.역시 선진국은 다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이런 효과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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