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선봉장’ 존슨 英 외무장관, 탈퇴 반대 기고문 공개돼 ‘곤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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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 선봉장에 섰던 보리스 존슨(52ㆍ사진) 영국 외무장관이 국민 투표 전 EU 잔류를 주장하는 기고문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곤혹을 치르고 있다.

영국 더 선데이타임스는 지난 2월 당시 런던시장인 존슨이 언론에 게재할 목적으로 작성했지만, 실제 언론에는 실리지 않은 기고를 입수했다면서 16일(현지시간) 이를 공개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EU 잔류 입장을 천명한 가운데 그의 정치적, 개인적 동반자이자 유력한 차기 총리감인 존슨의 견해에 관심이 집중됐던 시기다.

존슨은 이 기고에서 EU 회원으로 남는 것은 “세계와 유럽을 위해 요긴하다”고 표현했다. 또 그는 “(EU는) 영국 기업들이 더 활용할 수 있는, 우리 문앞에 있는 시장이다. EU 회원국 분담금은 모든 접근의 대가로는 적은 편이다. 왜 우리가 (EU에) 등을 돌리려고 하는가?”라고 적었다. EU 잔류를 지지하는 입장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존슨 장관은 이 기고와 같은 시기 일간 텔레그래프에 게재된 기고문에선 EU 탈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텔레그래프 기고를 통해 “사람들이 왜 EU에 남으면 끝장날 것으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나는 탈퇴를 원한다. 영국의 민주주의와 우리나라에 대한 통제를 되찾기를 원한다”고 적었다.

존슨은 브렉시트 진영을 이끈 대표 인사다. 지난 6월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를 EU 탈퇴로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존슨 장관은 이날 BBC와 인터뷰에서 ‘정치적 노림수를 위해 브렉시트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이냐’는 질문에 “압도적으로 EU 탈퇴를 선호하는 긴 글을 썼다. 그 뒤 나 자신을 향해 이를 반대하는 주장을 써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반대편 입장에서 풍자적인 느낌의 글을 썼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때 내가 그것(브렉시트 찬반 입장)에 씨름하고 있었던 것은 정말 맞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존슨은 현재 외무장관으로서 내년 3월 이전에 시작될 EU 회원국들과의 브렉시트 협상에도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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