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횃불휘두르며 구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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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용공구호를 외치며 건국대캠퍼스를 점거, 철야농성중인전국 26개대 「애학투」 학생들은 농성장 출입문을 봉쇄하고 화염병등으로 무장 ,경찰의 강제연행에 맞서는등 살벌한 분위기.
학생들은 본관·사회관등 5개건물의 집기·유리창등 기물들을 부쉈으며 경찰이 들어오면 분신·투신자살하거나 도서관의 장서와 컴퓨터시설등을 불태우겠다고 위협했다.
농성학생대표들은 『경찰이 안전귀가를 보장하면 농성을 풀겠다』고 했으나 경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비타협결사 투쟁하겠다』며 과격한구호와 해방가등 노래를 부르며 농성장의 열기를 더했다.
건국대정문밖에는 학부모들이 몰러와 자녀들이 무사히 풀려나길 기다리며 종종걸음.
한편 정찰은 상오10시15분쯤 헬기를 동원, 학생들을 설득하는 내용의 전단5 천장을 뿌렸다.
서울동부경찰서장 명의로 된 전단은 「이 전단을 가지고자진해서 정문으로 나오는 학생은 법이 허용하는한 최대의 관용을 베풀겠으며 계속 저항할 경우 법에 따라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 는 내용이 쓰여있었다.
헬기에서는 같은 내용의 선무방송을 했다.
○…29일 밤 건물옥상에2∼3명만을 남겨두고 건물 안에 들어가 밤을 지샌 학생들은 30일상오7시부터 건물옥상마다 50여명씩 올라가 반정부구호를 외치며 다시 농성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상오8시쯤 본관건물옥상에 대형태극기를 걸기도 했다.
학생들은 또 29일 밤12시쯤 경찰측이 각 건물의 수도물을 끊자 30일 상오9시30분쯤 중앙도서관건물에서 본관건물창문으로 돌을 매단 노끈을 던진 뒤 두 건물 사이를 노끈4개로 도르래식으로 연결, 중앙도서관 물탱크에 있는 물과 라면등읕 본관건물쪽으로 공급해주기도 했다.
학생들은 상오10시부터 경찰이 선무방송을 시작하며 헬기에서 유인물울 뿌리자 수십명씩 각목을 휘두르며 반정부구호를 외치는등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학생들은 농성학생규모에 따라 시외양상이 달랐다.
3백여명이 농성중인 본관건물 옥상에서는 학생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노래·구호등을 외쳤으며 3, 4층 창문에는 바리케이드를 쳐두고 경찰진입에 대비, 10여명이교대로 보초를 섰다.
학생들은 또 보도진 출입을 막은채 건물 앞 잔디밭에 서있던 내·외신기자 50여명과 30분동안 창문을 통해 고함을 질러 회견을 가졌다.
4층의 유리창이 깨어지지 않은 일부방에는 학생들이 추위를 피해 웅크리는 모습이 보였다
1백50여명이 있는 사회과학관 옥상에는 학생들이 모닥불을 그게 피우고 밤이 깊도록 북을 치며 구호를 외치고 데모가등을 불렀다.
또 2백여명이 있는 도서관 건물에서는 학생들이 옥상으로 나와 횃불을 휘두르며『친미독재 타도』 동의 구호를 외졌다.
학생들은 추위를 이기려는듯 30일 상오6시쯤 도서관밖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있던 전경대원들에게 돌을 던지기도 했다.
○…학생회관에서 농성중인30여명은 인원이 적은 탓인지 4∼5명씩 교대로 옥상에서 망을 보며 경찰의 움직임을 살폈다.
이들은 30일 상오7시쯤 사복경찰들이 건물1층 화장실로 들어가자 화염병 3개를 던져 접근을 막았다.
또 학생회관 1층 학생식당에서 식사를 하러 드나들던 철야 교직원들은 돌을 피하기 위해 옥상을 쳐다보며 뛰어다니느라 곤혹스런 모습들.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은 29일 아침 4명당 빵1개씩을 나눠먹었는데 이 빵은 28일방 경찰의 경계가 허술한틈을 타 50m쯤 떨어진 사회과학관 1층 구내매점에서 꺼내온 것.
또 28일방에는 외부에서 담너머로 빵 1상자를 던져준 학생 1명과 빵을 사러 나가려던 농성학생등 2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담너머로 던져진 빵1상자는 사회과학관으로 반입돼 본관·도서관 농성학생들에게도 전달됐다.
매점이 있는 사회과학관 점거학생들은 자판기에 남아있던 컵라면을 꺼내 먹기도 했다.
○…본관과 도서관은 10여m거리로 학생들은 30일 상오이 두 건물을 연결하는 전깃줄2개를 보급품 전달 및 통신장치로 이용.
학생들은 한쪽 전선에 양동이를 매달아 어렵게 구한 빵과 자판기의 컵라면등을 전달하고 있으며 다른쪽 전선에는 깡통 10여개를 매달아 쪽지를 전달하고 있다.
○…학생들이 경찰진입시 불태우겠다고 위협하는 컴퓨터시실은 싯가 5억원상당이며 도서관장서는 38만여권.
본관2층 전자계산연구소에 설치된 컴퓨터시설은 건대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성적·기록카드는 물론 학교의 모든 행정내용이 수록되어 있다는 것.
또 도서관 4,5층의 장서 38만권에 대해 한성균도서관장은 도서목록만이라도 우선 건져내야겠다면 28일부터 3일동안 구내전화로 학생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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