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현 수준 지켜야한다"|「브레진스키」특사에 들어본「한미양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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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는 최근에 발간된 『강대국 놀음』 (Game Plan)에서 「주한미군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라」 는 건의를 하고있다.
그가 「카터」 전 대통령의 안보담당 특별보좌관으로서 집권초기 주한미군 철수정책을 주도한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 건의는 뜻밖이다.
사람이 바뀐 것인가, 상황이 바뀐 것인가. 워싱턴의 K가에 자리잡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미군철수 정책이「카터」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기 때문에 추진했다고 말하고 그 정책이 자기의 미군 계속 주둔론과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자기주장과 일치하지 않는 정책에 반대했느냐는 질문에 대해『그렇지 않다』 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이 방금 한말의 모순을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그의 반소 강경 노선과 함께 전매 특허처럼 된 크루컷 (상고머리)모습을 아직도 지니고 있는 그는 동아시아로 향한 「고르바초프」의 관심과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음은 이 회견을 간추린 것이다.
-장두성특파원=귀하는 근저『게임 플랜』 에서 미국이 현 수준의 주한 미군사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귀하가 백악관 안보담당 특별보좌관으로 외교정책을 주도했던 「카터」 행정부는 70년대 후반 주한미군을 일방적으로 철수하려는 정책을 추진했었습니다. 이와 같은 자가 당착을 어떻게 설명 하겠읍니까?
▲「브레진스키」 박사=「카터」대통령은 76년 선거유세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공약했었지요. 그 공약을 추진한 것입니다 .나의 주한미군 계속 주둔 주장과 그때의 철수 정책은 일치될 수 없습니다. 간단하지요.
그때 귀하는「카터」의 철군 정책에 반대 했었읍니까?
▲반대하지 않았읍니다. 나는 이 정책을 수행했지요. 그는 대통령이니까요.
-그렇다면 그때 이후 상황이 변해서 귀하가 주한미군 계속 유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군요. 처음부터 철수를 반대한 것이군요.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요. 나는 「카터」 가 대통령이니까 결정을 내리는 것도 그분이라고 발했을 뿐입니다. 내부에서 토론은 있었지요. 여러 가지 견해가 나오고 「철수」 라는 용어의 정의를 놓고도 많은 의견이 나왔지요. 내 생각으로는 「카터」 외에는 아무도 철군을 옹호하지 않았어요. 약간의 감축은 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었지요. 순전히 군사적 관점으로 볼 때 약간의 감군은 비논리적이 아니었어요.
그러나 전체적·지정학적 견해에서 볼 때 나는 주한미군이 현 수준에서 유지되는 것이 좋다고 보는 것입니다.
-귀하의 저서를 보면 미소의 강대국 놀음 사이에서 한국과 같은 분단국은 스스로 분단상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니셔티브를 취할 수 없는 듯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분단국은 강대국의 손아귀 안에서만 분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그 질문을 한바퀴 돌려봅시다. 한국분단 문제가 한국인의 이니셔티브만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이 많습니까? 현실적으로 보면 한국의 분단 상태를 초래한 강대국 관계에 변화가 있을 때 그 분단 상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이지요.
-지난 수년동안 진행돼온 남북한 대화에 거는 우리의 기대는 남북한에서 나오는 이니셔티브가 문제 해결을 주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그래서 강대국 관계 위주로 한반도 문제를 본 귀하의 시각에 의문을 제기한 것입니다.
▲한국인이 이니셔티브를 취하는 건 좋아요. 그렇게 해야 된다고 봅니다. 가능한 한 많이 해야지요. 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한국의 이니셔티브는 인적 교류를 증진해서 고통을 줄이는데 집중돼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호방문 이라든가, 우편교환·상품 교류 등이지요.
이와 같은 이니셔티브가 한국인에 의해 취해진 것은 좋은 일입니다. 미국은 정치적 분단을 영구화하려는 국제관계의 프레임 워크를 바꾸는데 도용을 줄 수 있겠지요.
그러니까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의 이니셔티브와 국제관계의 분위기를 바꾸려는 강대국 이니셔티브가 같이 손을 잡고 나가야겠지요. 그 과정에서 국제적 대화의 양이 형성될 수도 있겠지요.
남북대화에 미국과 중공이 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그 다음 한국침공, 북한-미국간에 비공식 접촉이 이루어져 현재보다 훨씬 친밀하고 신축성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와 관련해서 주로 일본 쪽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만 일본과 소련도 참여하는 6자 회담 방법도 거론되고 있는데 어떻게 봅니까?
▲그렇게 되면 문제가 오히려 복잡해지겠지요.
-지난 7월28일 「고르바초프」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불라디보스토크에서 행한 연설은 극동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 연설로써 소련은 아시아 쪽에 새로운 탐색을 시작한 걸로 봅니까?
▲그건 「고르바초프」가 지금까지 해온 여러 차례의 연극적 이니셔티브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 연설 속에는 실질 내용이 없어요. 일본의 북방영토에 대해서나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나 소련 태도에 변화가 있다는 시사가 없어요. 오히려 북한에 대해서 소련이 무기원조쯤 하고 있다는 사실이 「고르바초프」 연설보다 더 중요한 현상처럼 보입니다.
-「고르바초프」 가 중소관계 완화에 관해 언급한 부분도 「연극적 이니셔티브」에 지나지 않을까요?
▲그런 움직임은「고르바초프」의 블라디보스토크 연설 이전부터 있어온 것이지요. 중소관계는 화해까지는 안가고 관계 정상화로약간 움직이고 있어요. 거기다가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캄푸체아·몽고 등에 대한 중공 측 3대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준다면 관계가 더욱 호전될 수 있겠지요.
- 「고르바초프」 의 연설에서 아시아인들이 특히 관심을 갖는 부분은 소련이 헬싱키 선언과 비슷한 현상고정 모델을 동아시아에 시도해 보려는 듯한 암시입니다.
그와 같은 현상고정 방향은 한국이 늘 주장해온 이른바 「교차승인」 방식과도 일치하기 때문에 큰 관심거리입니다.
▲나는 「고르바초프」연설에서 그런 의도를 읽지 못했읍니다.
한국인들은 보다 뉘앙스에 민감하니까 그런 요소를 발견했을지도 모르지요. 그런 요소가 들어 있다면 좋은 일이지요 .교차승인은 한반도 안정에 기여하고 안정은 궁극적으로 통일에 기여할 것이니까요.
-한국에서는 북한이 88년 올림픽대회를 모종의 군사도발로 방해하려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읍니다.
북한이 만약 그와 같은 도발을 할 경우 소련이 이를 방관 내지 지원할 것으로 봅니까?
▲물론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겠지요.
-그런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입니까
▲네, 그런 위험이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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