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영화인의 신선한 "영상연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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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재능있고 의욕에 넘치는 젊은이들의 출현은 각 분야에서 신선한 파문을 던진다. 물론 영화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개봉된 영화『영웅연가』는 바로 이런 뜻에서도 주목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중앙대연극영화과 동문인 30대 후반의 아마추어영화인들 셋이 모여 1년여 동안 땀흘린 끝에 내놓은 첫 작품이다. 감독 김유진씨와 기획의 이춘연·김덕남씨 등.
이들은『타성에 젖어있는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며 새로운 내용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개봉 첫날, 서울의 명보극장을 꽉 메웠던 관객들은 극장문을 나서며『재미있다. 실컷 웃긴 했지만 찡하고 가슴에 와닿는게 있다』는 호감을 보였다.
『영웅연가』는 줄거리부터 매우 이색적이고 독특하다. 극작가 김지일씨가 처음쓴 시나리오다.
대기업이 경영하는 사자수예식장에서 결혼한 신혼부부가 7쌍이나 연속해서 죽음을 당한다. 이 예식장은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른다.
대기업총수 주회장은 예식장을 살리기 위해 이곳에서 결혼하는 신혼부부에게는 호화아파트·살림도구 등 엄청난 보너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한다. 여기에 도박꾼 청년과 호스티스 아가씨가 각각 도전해온다.
대기업은 치밀한 인간개조교육을 통해 이들을 모범적인 한쌍으로 탈바꿈시키고 사자수예식장에서 성공적으로 결혼시킨다.
이같은「영웅만들기 놀이」가 성공할 즈음 두남녀는 참다운 자아와 사랑에 눈뜨고 허영의 늪을 빠져나온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허황된 얘기를 김유진감독은 어색하지 않고 무리 없이 이끌어 나가는 매끄러운 연출력을 보였다. 짜임새도 있었고 템포도 처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엉터리 같은 얘기가 별로 엉터리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천편일률적인 멜러드라머에 익숙해진 눈에는 다소 충격적이지만 신선하고 산뜻한 감각의 영화다.
몇군데서 신인감독 특유의 서툰 점이 엿보였다. 특히 주인공남녀가 자아에 눈뜨는 과정에서 드라머적 전환과 설득력이 부족했다.
특기할 점은 송옥숙양의 열연이다. 천연덕스럽게 백치같은 호스티스역을 소화해냈다.
사족=이 영화엔 역시 당초 제목인『영웅만들기』가 잘 어울린다. 공륜의 심의과정에서 『내용과 걸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뒤바뀌었다.<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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