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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는 유럽 겨냥…한국 동참 땐 마셜플랜 넘는 성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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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J글로벌·채텀하우스·여시재 포럼 제1 세션 - 아시아·유럽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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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J글로벌·채텀하우스·여시재 포럼의 첫 세션인 ‘아시아·유럽 간 협력강화-새로운 지역 경제 이니셔티브’에서는 양자 간 경제협력 강화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참석자들은 국가를 초월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선 각국의 이해와 공감대 형성이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외교·정치·안보적 갈등이 심한 아시아는 폭넓은 양자 간 협력이 성사돼야 끈끈한 역내 다자 협력기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중재자 없는 유라시아 지역
EU같은 초국가연합 힘들어
양자간 경제협력 강화해야

◆안드레이 구빈 러시아전략연구소 연구프로그램 담당=“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거대한 나라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비롯해 한국·몽골·카자흐스탄·이란·인도 등이 유라시아 통합 비전을 내놓고 있는데, 러시아는 이를 모두 묶어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모델로 제시했다. 오랜 기간 협력한 유럽과 달리 아시아는 갈등이 잠재해 있기 때문에 자기 주권을 일부 포기하고 초국가적 기구를 설립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초국가적 중재자가 없는 유라시아 지역에서는 서로에게 검증된 양자 협력이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현실적 방법이다.”

◆하타 다쓰오 아시아성장연구소장=“각국이 같은 정책 아래에서 경쟁하며 서로 이를 깨지 않도록 약속하고 협력하는 일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카르텔을 넘어 무역·민영화·규제 완화 등을 내포하는 철저한 경쟁 정책이다. 경쟁은 장기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준다. 예컨대 중국의 일대일로에 많은 나라가 자금을 낼 텐데 특정 국가가 통행료 등을 독점해선 안 된다. 북극항로 역시 누군가 독식해선 곤란하다. 먼저 협정을 맺고 세부적인 것들을 정해야 한다.”

◆후안강 중국 칭화대 교수=“역내 경제를 통합하면 중국이 가장 큰 수혜를 입는다. 중·유럽연합(EU)은 큰 규모의 무역 거래를 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유럽을 겨냥한 정책이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을 통해 유럽·북극권을 포함한 큰 원을 그리는 구상을 갖고 있다. 모든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전략이다. 미국의 마셜플랜(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재건을 돕기 위한 미국의 유럽 부흥 계획)이 100억 달러를 들인 데 비해 중국은 1000억 달러 이상을 들였다. 한국·러시아·몽골 등이 일대일로 안에서 활약한다면 마셜플랜 이상의 성취도 가능할 것이다. 다자간 협상보다는 양자 간 협정이 더욱 중요하다. 많은 문제를 효과적으로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중국의 이런 정책을 영향력 확대란 정치적 의도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세계에 공공재를 공급하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

◆이연호 연세대 교수=“유럽은 제도에 대한 존중이 있는 집단으로 오랜 기간 제도를 만들기 위해 서로 타협하며 의견을 조율했다. 아시아는 제도를 위해 주권을 양보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어려움을 겪는 것도 안보 문제 때문이다. 일대일로와 북극항로 등의 정책은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주도권을 가져가는 것이 맞다.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다면 다른 나라들은 돈을 내지 않을 것이다. 안보 갈등을 야기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잔치에 있는 유령’ 같은 존재인 미국의 참여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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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사진 김상선·김성룡·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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