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때문에…아프리카 당나귀 수난시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1800년 전 중국 당나귀 조각상. 한(漢) 왕조 무덤에서 발굴됐다. [사진=웨이보]

당나귀가 수난 시대를 맞았다. 중국 때문이다.

최근 영국 BBC와 미국 CNN은 중국인들이 당나귀 가죽을 재료로 만든 보약 '아교(阿膠)'를 찾기 시작하면서 아프리카의 당나귀가 위기라고 보도했다.

10억 인구의 중국인들이 관심을 갖는 식재료의 경우 수요가 급증하게 되고 결국 고갈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당나귀가 그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원래 당나귀 고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하늘에는 용의 고기, 땅에서는 당나귀 고기가 최고'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특히 중국 북부 지방에서 선호한다. 중국에서는 당나귀 고기 가공육 제품이 전국 대형마트에 공급되고 있다.

2014년 중국 월마트에서는 가짜 당나귀 고기 리콜 사태도 발생했다. 값싼 여우 고기를 당나귀 고기라고 속여 판 것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당나귀 가죽을 고아서 만드는 아교(阿膠)는 감기부터 불면증에 이르기까지 여러 질병을 다스리는 고가의 보약이다. 빈혈, 영양부족, 허약체질, 생리불순, 하혈, 출산 후 체력 약화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당나귀 아교나 당나귀유가 들어간 건강제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농업 현대화로 중국 농촌에서 당나귀가 줄어들면서 공급이 크게 부족해졌다.

중국인들이 대안으로 찾은 것은 나이지리아·니제르·부르키나파소 등 아프리카 당나귀 들이었다. 니제르는 지난해 당나귀 2만7000마리를, 올해에는 8만마리를 수출했고 140만 마리 당나귀를 보유한 부르키나파소에서는 지난 6개월 동안 4만5000마리가 도살됐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 당나귀 가격은 급등했다. 또 당나귀 가죽을 벗기기 위한 도살장이 곳곳에 설치되면서 환경오염과 질병확산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 식수를 오염시켜 주민들이 반발하는 사태도 생겼다. 관련 규제가 늘어나면서 이를 피하려는 업자들의 당나귀 암거래도 성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소득 수준이 올라갈수록 당나귀 아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불어 발생할 부작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사 이미지

당나귀. [중앙포토]

박혜민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