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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71개교 학생부 조작·오류…동료 교사 기록 무단 수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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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구 동구의 한 사립 고교 교사 A씨는 올해 6월 동료 교사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인증서를 무단으로 복사해 자신이 담당하는 동아리 학생 30명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수정했다. ‘창의적 체험활동’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의 영역을 자신의 임의대로 삭제하거나 추가했다. 현재 관련 교사 16명은 파면·정직·경고 등의 처분을 받았고, 이 학교 교장은 보직을 사임했다.

남의 인증서 복사해 나이스 접속
담당 동아리 학생 것 임의로 고쳐
조퇴 경력 있는데 개근상 기록도
“학종전형 비율 높아 조작 늘어나
손 못 대게 관리 시스템 개선해야”

경북 상주시 모 사립여고 소속 교사 B씨는 2012·2015년 두 번에 걸쳐 질병조퇴 경력이 있는 2학년 학생 8명에게 개근상을 주고 학생부에 ‘개근상 수여’라고 적었다. 학생들이 대입 수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도록 출결사항과 수상경력을 조작한 것이다.

지난달 광주광역시 모 사립여고에서 벌어졌던 학생부 조작은 일부 학교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생부를 부당하게 정정하는 사례가 학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과 같은 교사의 정성평가 영역 말고도 출결사항·수상경력 같은 정량평가 영역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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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고교 학생부 조작·오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총 371개교에서 419건의 학생부 조작이나 오류가 발생했다. 2013년 67개교에서 70건이었지만 2014년 104개교에서 109건, 2015년 128개교에서 155건이 됐다. 서울 강남의 한 사립고 교사는 “대입 수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학생부 조작 횟수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이스상에서 학생부 정정 횟수도 2013년 25만1495건, 2014년 27만8985건, 2015년 29만6170건이었고, 올해는 9월 기준 28만4548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가장 많이 정정된 항목은 창의적 체험활동(7만9409건)이었고, 봉사활동(5만1174건), 교과학습발달상황(2만8757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2만8515건),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2만6957건) 등이 뒤를 이었다. 교육부 교육정보화과 관계자는 “3학년이 된 후에 수상경력 누락이나 오·탈자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학생부 작성이 마무리된 후 2월 중에 봉사활동을 실시하면 정정대장에서 입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생부 정정이 이처럼 잦은 건 학생이 자신의 학생부를 열람할 수 있는 시기와 관련이 있다. 학생들은 학생부의 인적 사항 등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영역을 해당 학년에서 확인할 수 없게 돼 있다. 학년이 바뀐 뒤 학생부 내용을 수정하고 싶으면 객관적인 입증 자료를 제출한 후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김부용 서울시교육청 학력평가팀 장학사는 “학생부 수정에 대한 학부모들의 지나친 요구 때문에 2015학년도부터 창의적 체험활동 상황, 교과학습발달상황 등 교사 의견을 기재하는 영역은 당해 학년도에 열람할 수 없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부는 2300개 고교의 학생부 실태를 조사 중이다. 안 의원은 “ 나이스상의 학생부 관리 시스템을 개선해 인위적인 조작이 불가능하게 하고, 교육청의 관리감독을 강화할 수 있게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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