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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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마치 기도하는 사람 같았다. 어느 선수는 역기의 바를 잡기에 앞서 잠시 눈을 감고 숨을 들이켜더니 그것을 번쩍 들어올렸다. 금메달을 받은 선수는 벌써 시작부터 달랐다.
스포츠 경기에서 정신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두말할 것이 없다. 체력과 기술이 비슷하면 정신력의 차이가 승패를 좌우한다.
근대올림픽의 창설자 「쿠베르탱」이 스포츠 심리학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깊은 뜻이 있었다.
그는 1913년 스위스 로잔에서 제5차 올림픽 국제학술대회를 열면서 『스포츠에서의 심리학과 생리학』을 주제로 삼았었다.
그러나 스포츠 심리학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30년대 소련이었다.
소련에는 소련과학아카데미에 스포츠 심리학분야가 있고, 국립체육연구소에도 스포츠 심리학부가 있다.
23개 체육대학과 70개 사범대학에도 스포츠 심리학과가 있다. 학자 수만도 1천명이 넘는다.
「알렉세주」가 체계화한 PMT(심리근육 훈련법)는 모든 소련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활용된다.
이 방법은 인도의 요가나 불교의 참선방법과 비슷하지만 훈련방법으로서 과학성을 높인 것이다.
공격성을 유발하는 긴장과 휴식을 통해 추후 공격성을 유발하는 이완조절 훈련이다.
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의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딴 「아나톨리·비코프」는 『1분간의 휴식시간 중 30초 동안은 가수로 원기를 회복하고, 15초간은 트레이너의 지시를 받고, 15초간은 작전을 세웠다』고 우승의 비결을 말했다.
동독선수들도 자율훈련(AT)을 통해 정신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제임즈·로어」는 『강한 정신력(mental toughness)은 학습된 것이지 결코 선천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심상화(visualization)훈련이 흔히 적용되고 있다. 10종 경기 우승자 「브루스·제너」는 쉬는 동안에 마음속으로 달리고 던지며 뛰어오르는 연습으로 효과를 보았다.
코치나 감독이 선수의 정신력을 키우는데 힘이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역도 52㎏급에서 우승한 중공의 하작광은 시합 전에 감독으로부터 최면적인 힘을 얻느라고 뺨을 맞았다.
정신을 다지고 혼신의 힘을 쏟는 선수가 승리를 얻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번에 사격에서 금메달을 탄 우리나라 선수들도 예외 없이 정신의 안정을 비결로 얘기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정신이 한곳에 모이면 무엇인들 못이루랴)은 주자의 말이다.
앞으로도 우리 선수들이 그간 연마한 정신력을 모아 승리의 영광을 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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