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봐가며 서울거리 발로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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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불과 며칠동안에 처음 와본 한국의 인상을 얘기하기는 어렵지요. 그러나 건설이 잘 돼있고 거리가 깨끗하지요.
국내에서 듣던 한국과 직접 본 한국과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를 대해주는 시민들도 참 친절하고요. 그러나 언어가 통하지 않는데서 오는 불편이 가장 큽니다.
취재는 물론이고 경기장을 갈 때도 불편이 많습니다. 게임기간 동안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고 하지만「중국인민」들은 우리 운동원들의 연습모습도 보고 싶어합니다.』
12일 김포에 도착해「서울에서의 5일」을 보낸 신화사의 장정권 체육부주임(54)등 기자들의 공통된 의견을 모아본 것이다.
중공은 82년 뉴델리게임에 이어「한성아운」(서울아시안게임)에서도 우승, 2연패를 노리는 팀답게 대규모 선수단은 물론 89명의 취재단을 파견했다.
그중 대표적인 국영통신사 신화사는 우민생 편집부국장을 비롯한 31명의 대규모 취재단을 파견,「경기도 금메달, 우의도 금메달」을 향한 현장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다.
15일 상오10시30분쯤 메인 프레스센터 1층 안내소에 스포츠머리에 트레이닝복을 입은 신화사기자 한 명이 태릉사격장에 가는 길을 열심히 물었다. 안내를 맡은 우리 자원봉사 원들은『택시를 타면 약3천∼4천 원이 나올 것이라면서 택시를 잡아주겠다』고 했으나 신화사기자는「다른 교통편」을 물었다.
『말이 안통하고 지리를 모르니 혼자 가시기는 어렵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신설 동에서 내려 56번 버스를 타고…』라며 자원봉사대원이「힘들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이 기자는 지도를 펴놓고「다른 교통편」을 거듭 확인했다.
신화사기자가 떠난 뒤 자원봉사대원들이『돈이 없어서 택시를 못 타는가?』라고 고개를 갸우둥 하기에 현장에서 통역을 해주던 기자는『근검정신이 몸에 밴 데다 외화를 아끼려는 정책 때문일 것』이라고 보충설명을 했다.
신화사기자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현장을 맨발로 뛰는 취재정신을 갖추고 있었다.
김포공항 폭발사건이 나던 날 현장에 기자를 파견하기도 했으며 당일 밤 치안본부장의 사건발표현장에도 기자를 파견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또 기자를 붙들고 중앙일보의 호외내용을 통역해달라고 부탁하는가하면 통역 즉시 기사작성용 컴퓨터에 달러가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교환을 위해 기자가 신화사기자에게 질문을 하면『기자끼리 취재는 하지 맙시다』라며 사양(?)하고『체육 외의 얘기는 하지 말자』며 피한다.
신화사통신 취재단은 책임자급(부 주임)6명과 현장취재진 12명 등 취재기자 18명, 사진기자9명, 컴퓨터·문자팩시밀리·사진팩시밀리 등 기술 팀 4명과 전용 미니버스 운전사1명 등 모두32명.
중국본토에서 직접 동행한 운전사는 서울지리가 낯설지만 서울시내 지도 1장으로 각 경기장과 취재현장을 시간에 늦지 않고 기자들을 수송한다.
SAGOC로부터 전문운전기사를 지원 받을 수 있으나 밤늦게까지 같이 행동하기에는 아무래도 본국사람이 나을 것 같아 전담운전사를 동행했다.
현장기자들은 취재현장에서 햄버거 등 간단한 점심으로 때우며 모든 경기장 등「뉴스가 있는 곳」을 달린다.
신화사는 중국선수만 집중적으로 취재하는 것이 아니고 참가각국선수들을「차별 없이」취재한다.
그 이유는 신화사는 외국에서 알고있는 것과는 달리 중국국내용 통신사가 아니고「세계의 통신」이기 때문이다.
현장기자들이 MPC의 신화사사무실로 라디오 셰크(기사작성타이핑과 작성된 기사를 기억했다가 전화선으로 기사를 전송할 수 있는 컴퓨터 화된 장비)를 이용, 기사를 송고하면 MPC사무실에서는 통신기술자가 이 기사를 북경과 아시아지구본부가 있는 홍콩지사, 그리고 카이로, 멕시코시티, 나이로비, 런던, 파리 등 세계각국지역본부로 거의 동시에 차례로 이 기사를 송신한다.
신화사는 현재 중국어를 비롯, 스페인어, 프랑스어, 영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 6개 국어로 각국에 기사를 송고한다.
북경본사는 서울에서 홍콩경유전화선과 서울∼북경 직통전용선으로 송고전 기사를 곧장 각국어로 번역, 이를 세계에 전파한다.
술을 즐기는 기자가 있어도「소련사람들」처럼 과음하는 사람도 없고 고향생각·가족생각이 나도 집에 안부를 전하려는 사람도 없다.
서울은 너무나 택시 타기가 어려워 하루 취재가 끝나면 몸이 더욱 피곤하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 취재가 끝나면 2주간의 특별휴가가 있기 때문에 이를 위안 삼아 하루하루의 힘든 서울에서의 취재생활을 이겨나간다.
가장 젊은 왕흥평(25)기자에서 가장 고참인 방휘성 기자(63)까지 모두가 자기 맡은 일에 충실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맡은일 등 업무에 관한 것이 아니면 무슨 행동을 해도 간여하지 않는다.
개중에는 한국을 비롯, 다른 나라 기자들과 교제를 하는 수도 있을 것이고 서로 식사를 같이할 수도 있을 것이며「아무도 선배에게 보고하는 사람은 없었지만」어디선가 술잔을 즐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같은 일은「사생활이기 때문에」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14일 김포국제공항폭탄폭발사건 이후 각 기자들에게『저녁외출을 조심하고 SAGOC가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탈 때도 일단 관심을 가져라』고 당부했다.
한국에 온 신화사기자들은 다 베테랑들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집행위원회 회의 등 국제회의 취재기자는 1OC위원·사무직원들과 오랜 친분이 있어 한국에서도 취재에 어려움이 없다.
각 경기 취재기자들은 또 그들대로 그 분야에서는 전문가들이다.
한국사람은『중국 북경에서 왔다』해도 아주 친절하게 대해줘서 고맙다고 한다.
다만 MPC의 유니폼을 입은 어떤 젊은 여성과의 대화는 가끔『이곳이 한국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그 젊은 여성은『북경에서 왔다』고 말하자『중공사람들도 외국에 자유롭게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물론이다』고 대답하자『공산국가에서는 외국에 잘 나가지 못하게 한다던 데요』라고 반문했다.『다른 공산 국은 그런지 몰라도 중국은 훨씬 자유롭다』고 대답하자『정말입니까』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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