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한 딸 학대 사망하게 한 양부모 "딸 시신 화장할 장소 사전 답사"

중앙일보

입력

입양한 6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화장한 양부모의 엽기적인 행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딸이 죽은 것을 확인 한 뒤 처리를 상의하고 훼손할 장소를 사전답사하기로 했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6일 숨진 A양의 양부모 주모(47·구속)씨와 김모(30·여·구속)씨 부부와 이들과 함께 산 임모(19·여·구속)씨에게서 "A양의 시신을 처리하기 위해 회의를 한 뒤 화장할 장소를 물색해 사전답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주씨 등 3명은 지난달 29일 오후 4시쯤 A양이 사망하자 시신을 처리할 방법을 상의했다. 이들은 시신을 화장하기로 하고 다음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했다. 김씨는 남편 주씨와 임씨가 출근한 사이에 방 안에 있던 딸의 시신을 큰 목욕 수건으로 덮어놓은 뒤 청소를 하는 등 평소처럼 지냈다.

주씨와 임씨는 이날 평소보다 일찍 귀가해 A양의 시신을 훼손할 장소를 물색하러 다니기도 했다. 이들은 같은날 오후 11시쯤 A양의 시신을 차량에 싣고 미리 봐 둔 포천의 한 야산으로 이동했다. 이 곳에서 나무 등을 모아 3시간 정도 시신을 화장한 뒤 남은 유골은 나무 몽둥이 등으로 훼손해 돌로 덮었다. 경찰은 이들이 시신을 훼손했다고 진술한 장소에서 사람의 척추뼈와 머리뼈 일부를 발견했다.

주씨 부부 등의 학대로 A양이 상처를 입은 정황도 나왔다. 이들은 2개월 전부터 A양을 학대했다고 진술했다. 식탐을 부리거나 말을 듣지않는다는 이유로 벽을 보고 손을 들게하고 파리채로 때리는 등 학대했다. 이로 인해 A양의 한쪽 눈과 양쪽 팔목에 멍 자국이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눈에 든 멍은 넘어지다가 장롱에 부딪쳐서 다친 것이고 테이프를 뗐다 붙였다하면서 팔목에 멍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씨 부부는 'A양을 진심으로 예뻐해서 입양했고 훈육차원에서 그랬다'고 밝히고 있다"며 "이들이 피해자의 명의로 가입한 보험도 없고 피해자가 다닌 어린이집도 점검했지만 A양이 예전부터 학대를 받았다는 정황이 없었다"고 말했다. 주씨 등은 지난달 28일 오후 11시쯤 포천에 있는 자신들의 집에서 '벌을 준다'며 A양의 온몸을 투명테이프로 묶고 물과 음식을 주지 않은 채 17시간 방치해 다음 날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음날 포천의 한 야산에서 A양의 시신을 불로 태워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경찰은 오는 7일 오전 11시부터 범행 장소인 포천시의 아파트 등 3곳에서 이들에 대한 현장검증을 할 예정이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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