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마케팅, 온라인 판매, 컬렉션 발표 안 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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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매장 낸 ‘폰타나 밀라노 1915’ 마사 회장

또 하나의 럭셔리 브랜드가 서울에 입성했다. 지난달 7일 국내에 론칭한 이탈리아 핸드백 브랜드 ‘폰타나 밀라노 1915’다. 한땀 한땀 장인의 손길이 깃든 최고의 품질임은 당연하지만, 이 브랜드의 행보가 남다르다. 인터넷 쇼핑, SNS 마케팅은 커녕 정기적인 컬렉션도 없다. 더 흥미로운 건 밀라노에 이어 두 번째 플래그십 매장을 서울 청담동에 냈다는 사실. 백화점 바니스 뉴욕과 바니스 도쿄에 매장을 연 후 한국에서 더 큰 판을 벌인 셈이다. 지난달 7일 매장 오픈을 기념해 서울을 찾은 미켈레 마사(Michele Massa·59) 회장은 이에 대해 ‘운명이었다’는 알쏭달쏭한 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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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을 찾은 ‘폰타나 밀라노 1915’의 미켈레 마사 회장.

-두 번째 플래그십 매장을 한국에 낸 이유는.

“오래전부터 1~2년에 한 번씩 한국을 방문하면서 아시아 럭셔리 시장의 리더는 한국이라 확신했다. 한국 여성들은 굉장히 감각 있고 무엇보다 품질에 대한 기준이 엄격하다. 다른 브랜드는 중국을 우선시하지만 우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확실한 고객을 원하기 때문에 중국은 시기상조다.”

-이미 한국에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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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제품 에이백

“상식보다 운명을 믿었다.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원래 1915년 수공예 가죽 제품으로 피렌체에서 시작했는데 30년 뒤 밀라노로 근거지를 옮겼다. 당시 소유한 건물에 공장과 매장을 함께 두려했는데, 문제는 몬테 나폴레오나처럼 번화가는 커녕 인적도 드문 곳이라는 거였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밀고 나갔다. 여기에 매장을 내지 않는다면 ‘직접 만드는 과정을 보고 사라’는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소 400만원이 넘는 핸드백을 알아서 찾아주는 이들이 있다. 클래식한 에이백, 사각 쇼핑백을 닮은 툼툼백 등은 남들이 모르는 브랜드를 찾아다니는 패셔니스타들이나 비밀리에 쇼핑을 즐기는 유럽 왕족들이 먼저 알아봤다. 지금은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 카메론 디아즈, 미샤 바튼 등 영국·미국 여배우들이 이 브랜드의 충성 고객이다.

-SNS로 인지도를 높일 수도 있는데.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전혀 안 한다. 사람들이 직접 매장에 와서 그것을 만져보고 느껴보고 마음에 들면 구매하는 게 옳다고 여긴다. 온라인 쇼핑을 시작하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우리 제품은 경험으로만 알 수 있는 가치니까.”

-컬렉션 발표도 없고, 신상품 하나 나오는데 3~4년이나 걸린다.

“유행이 아닌 스타일을 만들고자 한다. 매년 새 제품을 바꿔든다고 해서 달라진다면 그건 진정한 스타일이 아니다.”

-다른 브랜드들이 인수합병으로 거대해지고 있다. 가족 경영에 어려운 점은 없나.

“무엇이든 가족이 함께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남동생이 제품 전반을, 여동생이 비주얼 부문을, 조카가 경영 업무를 돕고 있다. 어머니도 일종의 고문 역할을 하신다. 다섯 명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 ‘내놔도 되겠다’ 하면 이견이 없다. 이탈리아 말에 이런 게 있다. ‘1세대는 가업을 만들고, 2세대는 성장시키고, 3세대는 말아 먹는다.’ 3세대인 나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사실 지금도 좋은 가격에 브랜드를 팔라는 제안이 들어오지만 거절한다. 그래서 업계에선 우리를 레지스탕스라고 한다.”

-한국 진출을 계기로 해외 시장에 비중을 두는 건가.

“단계적 확장이 필요하지만 이탈리아 내수 시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모국에서 입지가 탄탄해야 안정된 사업이 가능하다.”

글=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폰타나 밀라노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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