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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金의 무덤이 된 독수리 둥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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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의 ‘3김 시대’를 열었던 김성근·김응용·김인식.(왼쪽부터) 한 살 터울인 김응용과 김성근은 필생의 라이벌이고, 김응용과 김인식은 실업야구 한일은행 시절부터 절친한 선후배 사이다. [중앙포토]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

전 소속팀에서 한국프로야구 쥐락펴락했던 명장들이지만 한화 부임 후 고개 떨궈
한화, 2008년 이후 9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 LG 10년에 이어 역대 2위 ‘불명예’

올해까지 35시즌 동안 프로야구를 거쳐간 수많은 ‘명장(名將)’을 거론할 때 ‘3김(金)’을 빼놓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프로야구의 ‘대표 3김’은 김응용(75), 김성근(74), 김인식(69) 감독입니다.(이하 경칭 생략)

세 사람의 한국시리즈 우승 횟수를 더하면 총 15회(김응용 10회, 김성근 3회, 김인식 2회)나 됩니다. 이는 지난해까지 전체 33차례(85년은 삼성의 전·후기 통합우승으로 한국시리즈 개최 무산) 한국시리즈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그런 세 사람 사이의 공통점 중 하나는 한화 감독을 지냈거나 현재 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김인식은 2005~2009년, 김응용은 2013~2014년 한화를 맡았고, 김성근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한화 지휘봉을 잡고 있습니다. 김인식은 2005~2006년 2년 재임 후 3년 재계약에 성공했고, 김응용은 2년 재임 후 유니폼을 벗었습니다. 그리고 김응용의 뒤를 이어 김성근이 벤치를 지키고 있습니다.

프로야구를 쥐락펴락했던 명장들이지만 한화 부임 이후로는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김인식은 2005~2007년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2006년에는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성공하긴 했지만 마지막 2년이 암울했습니다. 그나마 김인식은 양호한 편입니다. 김응용과 김성근은 플레이오프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으니 체면이 영 말이 아닙니다.

8년 전 드리우기 시작한 먹구름

한화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2008년부터입니다. 김인식 재임 4년차였지요. 그해 정규시즌 5위에 그쳐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던 한화는 이듬해인 2009년에는 최하위로 추락했습니다. 김인식 감독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사령탑을 맡는 바람에 소속팀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꼴찌는 꼴찌였습니다.

2010년 사령탑이 김인식에서 한대화(56)로 바뀌었지만 별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한대화는 선수 시절은 OB-해태-LG-쌍방울 등에서 보냈지만 대전에서 초·중·고를 나온 대전 토박이다) 한대화는 재임 3년 동안 ‘8위-6위-8위(당시 8개 구단 체제)’의 성적을 남긴 채 2012시즌 말 퇴진했고, 2013년과 2014년에는 ‘전설의 코끼리’ 김응용이 벤치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한대화 때보다 참담했습니다. ‘천하의 김응용’이었지만 한화에서는 2년 연속 꼴찌의 수모를 면치 못했지요. 용장을 넘어 ‘복장(福將)’으로 통했던 김응용이 꼴찌의 치욕을 당한 것은 한화 재임 기간이 처음이었습니다.

한화 재임 시절의 김인식.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모자를 벗은 채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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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김성근이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지난 2년 동안 이렇다 할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지난해는 막판까지 SK, KIA 등과 5강 싸움을 벌이다 아깝게 6위에 그쳤습니다. 팬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며 2016년을 기약했지요.

그렇지만 올해는 처음부터 바닥을 기더니 포스트시즌 진출이 끝내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역대 최고 용병이라는 에스밀 로저스(190만 달러)에 이어 자유계약선수(FA) 대어(大魚) 정우람, 심수창 등을 영입함으로써 NC, 두산과 함께 우승후보로 떠올랐기에 그 충격은 더합니다.

“감독의 수명? 신만이 아는 일!”

구단으로부터 전권을 부여받은 김성근은 후반기 들어 거의 매 경기를 ‘한국시리즈 7차전’ 치르듯 했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았습니다. 김성근이 박차(拍車)를 가할수록 말이 힘을 내기는커녕 혹사 논란만 거세졌습니다. 시즌 막판 주축 투수인 권혁·송창식 등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습니다.

김성근은 2014년 말 구단과 3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조건은 계약금과 연봉 각 5억원으로 4년(2011~2014년) 연속 통합우승(정규시즌+한국시리즈)의 금자탑을 세운 류중일 삼성 감독(기간 3년에 계약금과 연봉 각 6억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김성근이 내년까지 한화의 지휘봉을 잡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 “프로스포츠에서 감독의 수명은 오직 신(神)만이 아는 일”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솔직히 올해 정규시즌 우승팀인 두산의 김태형 감독을 빼면 10개 구단 감독 중 “내년 개막전에도 내가 벤치에 앉겠노라”고 장담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내년에도 김성근이 지휘봉을 잡든, 놓든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한화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9년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함으로써 LG(2003~2012년)에 이어 역대 최장기간 PS 탈락 2위의 불명예를 남겼다는 것입니다.

천하의 김인식과 김응용도 막을 수 없었던 독수리의 추락, 적어도 올해까지는 김성근도 예외가 될 수 없었습니다. 프로야구의 ‘3김’에게 독수리 둥지는 무덤인가 봅니다.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08~2016년 한화의 정규시즌 성적

연도 승패 승률 순위 감독 비고
2008 64승62패 0.508 5위 김인식 4년 만의 포스트시즌 탈락
2009 46승84패3무 0.346 8위 김인식 86년 창단 첫해 후 두 번째 꼴찌
2010 49승82패2무 0.368 8위 한대화 -
2011 59승72패2무 0.450 공동 6위 한대화 3년 만의 탈꼴찌
2012 53승77패3무 0.408 8위 한대화 -
2013 42승85패1무 0.331 9위 김응용 9구단 NC 참가
2014 49승77패2무 0.389 9위 김응용 -
2015 68승76패 0.472 6위 김성근 10구단 kt 참가
2016 65승75패3무 0.464 7위 김성근 포스트시즌 탈락 확정
※2016년은 10월 5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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