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ERI report] 미국측 적자 가장 큰 한·미 FTA…개정 요구 ‘대응 카드’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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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여파는 한국에도 몰아닥칠 전망이다.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나라 중 가장 많은 무역수지 적자를 보이고 있는 한국과의 FTA는 이미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미 정부는 지난달 포스코의 열연강판에 대해 57%의 높은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등 벌써부터 보호무역주의의 조짐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1980∼90년대 수퍼 301조를 내세워 강력하게 압박해왔던 미국의 통상정책이 재연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에도 몰아닥칠 통상 압박
쌀·쇠고기·법률·위생검역·보조금…
미국 ‘수퍼 301조’급 공세 전망도
조선·해양 구조조정도 오해 소지

가장 우려되는 분야는 한·미 FTA 재협상 요구다. 현행 협정문에 한쪽 당사국이 일방적으로 폐지·개정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협정 비준이 모두 끝났기 때문에 ‘재협상’이라기 보다는 ‘개정’이라는 표현이 맞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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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은 한국의 TPP 가입 협상과정에서 한·미 FTA 조항의 개정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트럼프는 안보 무임승차론과 FTA 폐지를 무기로 압박하며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이 겨냥할 분야로는 ▶쌀·쇠고기·법률시장의 완전 개방 (안덕근 교수) ▶기술표준·위생검역 등 비관세 장벽 (허윤 원장 )▶지리정보 제공, 전자상거래 규제 (최원목 교수) ▶통관관련 규제(송영관 위원) ▶보조금 분야 (곽노성 교수) 등이 꼽혔다. 최원목 교수는 “다국적 기업이 남용해온 투자보장 조항이나 제소국에 유리한 ‘비위반 제소’(Non-violation Complaints, 협정에 위반되지 않는 후속 조치로 인해 시장개방 효과가 사라질 때 이를 협정 위반으로 제소하는 것) 조항의 개정 등을 우리의 대응 카드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가 의회 동의없이 압력 카드로 쓸 수 있는 반덤핑·상계관세 조치에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 절차와 조사자료를 미국에 유리하게 적용하거나, ‘제로잉’(Zeroing, 수출가격이 국내가격보다 낮아도 덤핑 마진을 0으로 계산) 처럼 반덤핑 관세를 늘리는 관행을 고수하며 자의적 조치를 남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곽노성 교수는 “현재 진행중인 조선·해양업종 구조조정도 객관적인 기준을 세워 정부 보조금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하이닉스에 대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가 보조금으로 판정 받았던 만큼 R&D·환경 지원 등과 같은 허용 가능 보조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영관 위원은 “철강산업 등 주력업종에서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 등이 낮은 원가의 원인으로 지적될 가능성에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김학도 통상교섭실장은 이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나가는 대내 협상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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