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마다 16억원 대박…중국 재건축 마을 1만5000명 집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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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월 연속 부동산 가격이 상승 중인 중국에서 재건축으로 1000만 위안(16억5200만원)대 자산가가 된 광저우(廣州)시 신규 단지 주민 1만5000여 명이 지난 2일 초대형 집들이를 펼쳤다고 광저우 신식시보(信息時報)가 3일 보도했다. 수십 층 아파트 단지 공터에는 원주민 1496가구 가족과 친지 1만5000명을 위한 붉은 식탁 1500개가 차려졌다. 주민 량융창(梁永强)은 “이웃과 친척들이 한데 모여 귀환의 기쁨을 축하하는 자리”라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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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중국 광저우시 양지촌의 신규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과 친지 1만5000여 명이 모여 ‘만인연(萬人宴)’을 벌이고 있다. [광저우 로이터=뉴스1]

T자형으로 배열된 식탁 중간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사자춤과 초대 가수의 축가, 중국 전통 단막극과 만담, 마술 공연이 펼쳐졌다. 초대형 집들이 메뉴로는 횡재를 바라는 광둥식 족발요리인 파차이하오스주서우(發財好市就手), 행운을 기원하는 잔치 요리인 훙윈쥔안사오러우(鴻運均安燒肉) 등이 마련됐다. 영전이나 이사를 축하한다는 뜻의 ‘차오첸칭뎬(喬遷慶典)’이 적힌 오렌지색 상의를 입은 600명 서빙 부대가 오전 6시부터 동원돼 아파트 단지 6곳에 임시 가설된 6개 주방에서 나오는 1만5000인분의 음식을 쉴새없이 날랐다.

양지촌은 주로 외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광저우로 올라온 농민공들의 첫 정착지였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1년 앞둔 2009년 양지촌이 재건축 단지로 지정되면서 1496가구가 모두 철거됐다. 이후 7년 동안 정부·개발업체·주민 사이에 설득과 철거, 격렬한 반대 시위와 협상을 거친 끝에 지난 5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단층 판자촌은 중앙 연못과 정원, 동간 거리 70~80m의 수십 층 아파트 단지로 변신했다.

기존 1496가구는 재건축 후 32~118㎡의 아파트 4032가구를 분배받았다. 가구당 평균 4채, 총 186.1㎡를 보유한 집주인으로 변신했다. 철거 전 넓은 면적을 소유했던 가구는 10여 채를 분배받았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현재 이 단지의 평균 매매가는 ㎡당 5만6000위안(925만원)까지 올라 기존 원주민의 자산가치는 평균 1000만 위안에 이른다.

한편, 전국으로 확산된 부동산 폭등세를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주택도시건설부는 3일 베이징 루이팡(銳房)부동산개발, 상하이 훙민(虹民)부동산관리 등 45개 부동산 업체의 법규 위반 사실을 통보했다. 이들 업체는 허위광고, 악의적인 소문을 유포해 시장과열 행위를 한 혐의로 고발됐다. 4일 쑤저우(蘇州)시가 주택 대출한도를 억제하는 구매제한령을 발효하는 등 16개 도시가 투기 억제책을 발표했다고 중국신문망이 보도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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