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 넓고 깊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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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죽어가던 한강이 4년만에 다시 태어나 새롭게 흐른다. 꾸불꾸불, 둘쭉날쭉하던 강줄기가 넓고, 깊고, 곧고, 푸르게 잡혔다. 유람선·요트가 뜨고 강변은 푸른 수상공원으로 가꾸어졌다. 종합준공을 계기로 다시 흐르는 한강을 알아본다.
한강이 넓고 깊어졌다. 바지 가랑이만 걷어 올리면 건널 수 있었던 곳이 지금은 사람 키를 훨씬 넘는다. 평상시 강물의 평균깊이가 2·5m나 됐다.
유람선을 타고 강심에 들어서면 한강이 바다같이 느껴진다. 강폭이 7백 25m(뚝섬) ∼1천 1백 75m (마포).
꾸불꾸불 둘쭉날쭉하던 강줄기도 곧고 바르게 잡혔다.
만 3년 11개월동안 강 밑바닥을 훑어내고 (저수로 공사), 강둑이 무너내리지 않도록 다지고(호안공사), 강물을 가둬놓기 위해 보를 만들어낸 (수중보및 하상유지공 공사) 결과.
행주대교∼암사동사이 36km 강바닥에서 파낸 흙모래는 모두 6천 6백만 입방m.그대로 쌓아 두었더라면 남산만한 크기다.
한강물이 꽁꽁 얼었던 한겨울을 뺀 3년 8개월 동안 밤낮없이 매일 15t짜리 덤프트럭 3천9백m대 분의 흙과 모래를 퍼냈다. 이 흙모래는 다시 골재로 바뀌어 한강종합개발 총사업비의 47·4%인 1천 9백 62억원을 충당했다.
한강구역 중 폭이 가장 좁았던 뚝섬도 강심쪽에서 폭 1백 20m, 길이 1km 가량이 잘려 나갔다. 이래서 6백m의 강폭이 7백 25m로 늘어났다.
양쪽 강둑 44. 6km도 무너내리지 않도록 화강암 등으로 탄탄하게 다졌다. 이때문에 행주산성 건너편의 신월동산은 산 전체가 사라졌고 개화산도 절반이 깎여 나갔다.
강 밑바닥을 파내 한강수위가 낮아지는 것을 막고 안정된 상수도원을 확보하기 위해 수중보도 건설됐다.
상류쪽의 잠실 수증보는 총길이 9백 20m로 물이 위로 넘쳐흐르는 고정보 (7백m, 수문 5개로 조정하는 가동보 (2백m) 와 물고기들이 올라가는 고깃길(어도·20m)을 갖췄다. 하류쪽 행주대교밑 신곡 수중보는 총길이 1천7m로 내년 6월 완공된다.
그러나 한강개발로 인한 문제점도 적지 않다.
한강에는 원래 84종이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물고기가 서식했고 갖가지 철새가 날아 들었다. 밀물로 인천앞바다의 짠물이 역류해 올라오고 수초가 풍부해 물고기로서는 최상의 조건.
그러나 이번 개발로 강바닥을 깨끗이 긁어내 수초가 모두 없어졌으며 따라서 플랑크톤의 생식 조건 변화로 물고기등 생태계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밤섬 이외에는 강 가운데 있던 모든 섬과 갈대밭이 없어져 조류도 먹이터를 잃어버렸다. 공사시공과 앞으로의 안전도 문제.
지난달26일 시운전에 들어갔던 유람선 한척이 느닷없이 성수대교 부근에서 좌초, 스크루가 망가졌다. 사고지점은 서울시가 유람선 통행로로 깊이 팠다고 한 바로 그 지점. 부랴부랴 강바닥에 있던 돌을 깨뜨려냈지만 이 사고는 강바닥을 고르는 공사를 엉터리로 했다는 것을 한마디로 말해주는 것.
지난번 태풍때 상류지역의 폭우로 고수부지 대부분이 물에 잠겨 많은 피해를 냈다. 이것은 고수부지와 수면과의 차이가 너무 낮다는 것을 증명한 것으로 앞으로 각종 체육시설을 했을 경우 많은 문제점을 던져준다.
이와함께 인명의 안전도 큰 문제. 한강은 원래 급류 계곡성 하천. 비록 위아래에 수중보를 만들었으나 장마때는 유속이 20∼30m까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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