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마을 이래서 오래산다(5) | 본사-전문의료진 20명의 공동조사로 벗긴 비화 | 부부 금실이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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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장수마을 장수노인들은 부부생활이 원만하다. 대체로 오랫동안 해로하고 금실이 좋아 잠자리를 같이한 기간도 길다.
전남 구례군 마산면 상서부락의 오상근할아버지(86)와 장옥림할머니(81)는 금실좋기로 이웃마을에까지 널리 알려진 노부부.
『임자, 이것좀 마셔봐. 서울손님들이 준거여』 『영감두, 혼자 드시지 않고…』
본사특별조사반이 마을어귀 정자나무 아래서 만난 노인들에게 콜라 1병씩을 대접하자 오할아버지는 그길로 집으로가 장할머니와 나눠 마실만큼 부부애가 두터웠다.
두노인이 결혼한 것은 기미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다음해인 1920년.
그로부터 67년간을 이렇게 살아온 것이다.
큰 며느리 최정례씨(52)는 『두 노인의 서로를 위해주는 마음은 해가 갈수록 더 두터워지는것 같다』고 했다.
금실이 좋아야 장수하는 것일까. 조사대상 장수노인중 금실이「좋았다」고 응답한 노인이 67·5%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보통」이 15%, 「좋지않았다」는 노인은 17·5%에 불과했다.
부부해로기간도 대체로 길어 50년이상 45%, 30∼49년간이 37·5%, 30년미만은 17·5%밖에 안될 정도.
특히 50년이상 해로한 노인중 3분의1은 최근 5년사이 배우자를 사별했고, 16·7%는 아직도 부부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서울정신병원 박태환박사 (노인정신과장)는 『원만한 부부생활과 오랜 해로는 장수의 조건인 정신건강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부부생활이 원만한 사람가운데 장수자가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장수노인들중 처음부터 결혼을 하지않은 독신자는 한사람도 없다.
50∼60년전까지만 해도 「조혼」풍습이 존속했던 탓도 있겠지만 장수노인들은 대체로 결혼을 일찍한 것이 특징.
이들의 결혼연령은△13세가2·6%△14세 5·1% △15세7·7% △16세 35·9%로 절반이 넘는다. 51·3%가 16세가 될때까지 시집·장가를 간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17세 15·4%△18세 20·5% △19세 7·7%△20세이후가 5·1%.
박태환박사는 이에 대해『일찍부터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가짐으로써 정신적 안정을 누릴수있고, 무절제한 생활도 억제하기 때문에 조혼이 장수에 도움이 됐을지도 모른다』고 풀이했다.
장수노인들은 또 부부가 잠자리를 같이한 기간도 비교적 길다.
40대까지가 31·4%, 50대까지 22·9%, 60대까지 17·1%, 70대까지가 22·9%로 나타났다.
이를 곧바로 성생활과 연관지을 수는 없지만 장수할아배지중 5·7%는 아직도 그럴만한 힘이 있다고 대답해 노익장을 과시했다.
장수노인들은 이같은 왕성한 정력때문인지는 몰라도 대체로 많은 자녀를 뒀다.
자녀수를 보면 △2명이하가 5%△3명 20%△4명 17·5%△5명 2·5%△6명 22·5% △7명 5% △8명이상이 7·5%.
산아제한이 없던 때이긴 하지만 5명이상의 다산가정이 전체의 57·5%를 차지하고 있다.

<본사특별조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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