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처럼 마약범을…” 두테르테 발언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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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자신을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한 발언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히틀러는 3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다. 필리핀에도 300만 명의 마약중독자가 있는데 이들을 학살하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이스라엘 항의 받고 사과

독일 외교부는 이날 주독 필리핀대사를 초치해 두테르테의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마르틴 셰퍼 독일 외교부 대변인은 “유대인 학살이라는 잔혹행위를 다른 것에 비유하는 어떤 행위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로널드 라우더 세계유대인회의 회장은 “비인도적이고 인명을 경시하는 것”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에마뉘엘 나숀 이스라엘 외교부 대변인은 “자신의 발언을 해명할 길을 찾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두테르테는 2일 필리핀 바콜로드시에서 열린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독일인에 의해 살해된 600만 명의 유대인에 대한 기억을 깎아 내릴 의도는 절대 없었다”며 “유대인 사회에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고 필리핀통신(PNA)이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히틀러에게 학살된 유대인은 (300만 명이 아닌) 600만 명에 이른다. 두테르테는 잘못된 수치를 인용했다”고 꼬집었다. 또 “필리핀의 마약중독자도 전체 인구의 1.8% 수준인 18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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