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화업자들이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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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내년부터 국내영화시장이 외국인도 영화업(제작·배급)을 할 수 있도록 개방됨에 따라 미국영화업자들이 한국에 몰려들고 있다.
1번 주자는 미국영화수출협회 (AMPEC). 이 협회는 지난8월초 이미 서울수송동 이마빌딩4층에 연락사무실을 개설, 한국영화시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장차 지사설치를 위한 전초기지를 마련했다.
영화계에 따르면 이밖에 최근 UIP(영화배급협회)를 비롯한 콜럼비아·워너 브러더즈 등 미국의 대형 영화사간부들이 잇달아 내한, 은밀히 영화시장조사를 해갔다는 것.
콜럼비아 영화사로부터 한국영화업자 K씨를 통해 대한극장 임대조건을 제시받은 국정본사장은 『현재의 극장을 헐고 대신 4개 극장이 함께 들어서는 최신 극장빌딩을 짓도록 해 주면 10년동안만 임대하고 그대로 돌려주겠다는 제의를 해왔었다』고 밝히고『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 한마디로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UIP등 여러 영화사 간부들이 벌써 구체적인 한국영화시장의 흥행통계와 극장리스트까지 갖고 찾아와 흥행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묻더라』고 전하고『우리 영화시장의 협소함과 특수성을 알고는 적잖이 실망하는 눈치였다』 고 말했다.
이들을 만나본 국내방화업자들은 몇가지 이유를 들어 미국영화업자들이 한국영화시장에 직접 뛰어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첫째 우리가 고수하고 있는 스크린쿼터제(개봉관의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연간상영일수의 4O%) 때문에 외화의 물량이 한정돼 있다는 점, 둘째 영화사가 한 작품을 전국에 직접 배급할 수 없는 배급체계, 세째 외환관리법상 미국이 흥행수익을 3년 이내에는 가져갈 수 없는 점, 네째 외국인이 직접 국내에 극장을 지을 수 없는 점등을 들었다.
그러나 미국영화사의 자산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그들이 장기투자를 생각하고 밀려들 경우에는 이를 막기 어렵겠다며 걱정하고 있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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