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에 맡겨 잠정 타협|연철분규 두 달만에 일단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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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6월27일 정부의제3차 부실기업 정리 때 동국제강에 넘기기로 한 후 분규사태에 휩싸여 있던 연합철강이 마침내 전문경인 단을 맞게 되어 2개월만에 정상조업이 가능케 되었다.
정부에서 연철을 동국제강에 넘기기로 결정이 나자 연철근로자들은 동국 측의 인수를 반대하며 농성을 계속해 왔었다.
정부당국과 주거래은행인 서울신탁은행이 고육지책으로 고준식 전 포철사장 등 5명의 포철출신 전·현직 전문경영인에게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경영을 맡기기로 하고 동국 측과 연철사원들의 설득에 성공함으로써 분규가 일단락 된 것이다.
연철은 앞으로 있을 임시 주 총 때까지는 현 이철우 전무를 대표이사전무, 염발 이사를 대표이사로 하고 고준식·박종태(전 포철상무)·신창식(동)·김진주(현 포철경영정책실장)·김명수(전 포철감사)씨를 전문 경영인 단으로 하여 경영해 나가게 된다.
고사장을 사령탑으로 한 전문경영인 단은 임시 주총 때까지는「전문경영인 단」으로 실질적인 경영을 하다가 주 총에서 정식임원으로 선임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철은 창립 때부터 기구한 운명을 겪었다. 62년 창업 주 권철현씨가 처음 공장을 지으려 할 때 기존 한국철강이 치열한 방해공작을 벌여 한동안 고전해야 했다.
그러나 공장이 완공되고 나선 철강 붐을 타고 일약 톱 랭킹으로 반상 했고 지금도 단단한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창업 주 권철현씨는 77년 모종의 정치적 사건으로 연철을 국제상사에 넘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국제상사도 작년 공중 분해되어 연철은 한동안 소유권이 표류했다.
이때 연고권을 내세운 권철현씨와 같은 부산지역의 철강업체인 동국이 경쟁을 벌이다가 결국 동국에 넘어간 것이다.
연철의 동국인수가 결정되자 권철현씨가 반발했을 뿐 아니라 연철직원들은 실력행사에 나섰다.
동국이 구제금융을 받은 불량업체로서 건실 상장업체인 연철을 인수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 동안 동국은 종업원을 달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나 끝내 성공치 못하고 팽팽한 대치관계를 계속해 오다 정부의 개입에 의해 동국이 주식은 인수하되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긴다는 식으로 타협을 보았던 것이다.
일단 전문 경영인 단을 구성키로 합의를 본 후 중재 역을 해 온 관계당국과 은행측은 철강산업을 잘 아는 사람, 그리고 연철과 동국 양쪽에 모두 중립적인 사람을 찾다 보니 포철 사람들을 골랐다는 얘기다.
정재덕 사장, 박기영 부산공장 사장, 윤철곤 상무 등 4명과 장상태 회장은 모두 물러나기로 했다. 그러나 장 회장은 비 상근 이사로는 계속 남기로 했다는 것.
당국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그 동안 농성을 계속해 온 연철의 근로자들은 지난「일부터 농성을 풀고 정상조업에 들어갔다.
전문 경영인 단은 연철이사회결의에 따라 특채되는 형식을 취해 20일부터 일단 근무에 들어갔다.
연철의 처리는 정부의 부실기업정리에 타격을 준 셈인데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종업원들의 저항이 완강했다.
연철 서울본사의 차장급 이하 1백20여명은 6월7일 동국제강의 연철 인수철회를 호소하는 호소문을 관계당국에 보낸 데 이어 10일에는 동국제강 인수반대 결의대회까지 열기도 했다.
또 11일에는 일부신문에 광고를 낸 호소문을 통해『동국 측의 인사관리에 비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경영권 인수를 위한 자산재평가 시 부정실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연철의 장래를 위해 『능력 있는 기업인이 인수, 경영할 수 있도록 해 달라』 고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 본사 및 부산공장에서 궐기대회를 갖던 연철근로자들은 자기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6월27일 동국제강의 연철인수 발표가 나오자 부산공장 근로자 1천5백 여명이 농성에 들어갔다.
하루 3교대 근무를 하는 이들은 생산라인은 그대로 가동하며 퇴근 후와 출근 전 회사 강당 등에서 농성을 벌였다.
현재 연철의 주식은 권철현씨가 40%가까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77년 연철이 국제로 넘어갈 때 자기소유 및 특수관계 인이 갖고 있던 주식 52%를 국제에 넘겼으나 부인명의로 돼 있던 주식과 근 우 사들인 것 등을 합쳐 40%가까운 대주주로 남아 있다.
한편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은 44·83%를 갖고 있었으나 그룹해체 때 채권자인 서울신탁은행에 처분권을 위임했다가 8월20일에 동국 측에 넘기기로 정식 서명날인을 하게 되었다.
동국제강 측은 우리사주 형식으로 갖고 있던 사원보유주식 37만주, 서울신탁은행주식 2백10만주 등 총 주식 12%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동국지분은 이제 56·83%로 늘어나 대주주가 되었다.
연철근로자들도 동국 측이 연철주식인수를 인정하기로 했다고 서울신탁은행측은 밝혔다.
어쨌든 지난 62년에 설립, 77년에 국제로 넘어갔다가 다시 동국으로 주인이 바뀐 연철은 국내 냉연강판 생산량의 45%(90만t)를 생산하고 있는데 분규에 휘말려 때로는 30%까지 생산이 감소되어 공급부족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이제 정상화단계에 들어감으로써 수급상의 문제도 풀리게 되었다.
연철은 지난 83, 84년에 50억 원씩 순익을 낸데 이어 85년 어려운 때에도 20억 원의 순익을 올렸으며 올해에는 상반기에 특별 상각 38억 원을 빼고도 순익이 32억 원이나 됐다.

<이석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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