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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김영란법 혁명’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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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영란법’ 시대가 오늘부터 열린다. 지난 7월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론이 내려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드디어 시행에 들어가는 것이다. 공직자와 교원, 언론인 등 400만 명에게 적용되는 이 법은 한국 사회의 관행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부패 관행 개혁해 한 단계 도약할 계기
‘더치페이가 원칙’ 새 문화 정착시켜야
너무 경직된 해석·적용은 경계할 필요

 김영란법을 제정한 목적은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패와 부정 청탁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서다. 헌법재판소는 “부패는 법의 지배와 경제질서를 왜곡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경제발전을 늦추며 빈부격차를 확대시킨다”고 법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 적용 대상자들은 직무관련성이 있는 사람에게서 1회 100만원 이하, 연 300만원 이하를 받으면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아도 2~5배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1회 100만원, 연 300만원을 넘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의 목적’이라면 3만·5만·10만원 이하의 식사·선물·경조사비 제공이 허용된다.

 이처럼 엄격한 법 규정에 대해 “과도하게 개인 생활을 규제하는 것”이란 시각이 상존하고 있다. 현실에 맞지 않아 사문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에 대한 우려 속에 법원 판례가 쌓이기 전까지 적용 범위를 둘러싼 혼선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김영란법이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을 때다. 법 적용을 피해 갈 편법을 찾는 건 옳지 않다. ‘애매할 땐 더치페이(각자 계산하기)가 원칙’이란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법 취지에 맞다.

 다만 법 규정을 너무 경직되게 해석·적용할 경우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법원 내부에 배포한 ‘청탁금지법 Q&A’를 통해 국민권익위가 직무관련성의 범위를 너무 넓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법리와 합리적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법 적용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공무원들이 부정청탁 시비를 피하기 위해 정당한 민원에까지 소극적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간 음성적인 청탁이 이뤄져 온 원인 중 상당 부분이 민원처리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데 있다. 부정 청탁 소지를 없애기 위해선 행정처리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국민권익위와 검찰·경찰 등 관련 기관들도 자의적인 법 적용이 이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정인에 대한 ‘표적 조사’는 김영란법의 근간을 무너뜨릴 위험성이 있다.

 김영란법 시행을 맞아 그간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그릇된 관행에 젖어 있었다는 사회적 반성이 필요하다. 법 정신에 따라 생활과 습관을 바꿔 나간다면 한국 사회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법 시행 과정에서 드러나는 부작용에 대해선 끊임없이 관련 규정을 손질하고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영란법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와 노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