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불명의 호화 생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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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사회에는 세상이 이러나 저러나 아랑곳없이 호화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공식통계는 찾을 수 없지만 불황이라고 모두들 침울해 할 때도 초호화 사우나탕에서 땀을 빼거나 아니면 골프채 메고 유유자적 초원을 거니는 무리들이다.
때로는 불황 기에도 고급요정은 호황을 누리는 역설적 현상도 볼 수 있었다.
이런 무리들일수록 외국나들이를 이웃마을 가 듯하며 외화를 물 쓰듯 뿌리고 공연히 호화승용차나 굴리며 부동산투기나 하고 다닌다.
최근 국세청은 비로소 소득불명의 호화생활자들을 뒤쫓아 나섰다.
실사에서 드러난「빈둥빈둥 유한 족」가운데는 수출은 하지 않으면서 4년 동안 외국여행을 5차례나 한「사장」이 있었다. 그 회사의 임직원으로 위장한 처자는 30차례나 해외를 드나들었다. 모르긴 해도 이들이 뿌린 외화는 엄청날 것이다.
연간소득을 1천2백 만원으로 신고한 어떤 중소기업사장은 시가8억 원 짜리 호화주택생활을 하고 있었다. 8백 만원 소득자가 3대의 외제승용차와 4억 원 짜리 집에 살고 있는 것도 얘기가 안 된다.
문제는 외제승용차나 몇 억 원 짜리 호화주택에 있지 않다. 자유경제사회에서 엄연히 재산의 사유권이 보장되어 있는 마당에 그것을 시비하자는 것이 아니다.
소득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고 사회활동을 통해 얻은 것인데, 그에 적법한 신고를 하고 세금을 낸 연후에 그 나머지로 사유재산권을 누린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세금은 그 본래의 뜻대로 라면 사회 공동생활을 통해 얻은 소득의 일부를 법에 따라 사회공동의 이익을 위해 나라에 내놓는 것이다. 부당하게 국가권력에 의해 빼앗기는 것도, 그렇다고 사회의 질시나 시기(시기)에 못 이겨 내놓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요즘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부의 분배나 소득의 분배도 납세를 통해 공정하고 공평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지금 우리가 손가락질하는 호화생활자란「호화생활」그 자체보다는 호화생활의 원천이 되는 소득을 숨기고 위장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으시댄다. 주위의 나쁜 평판을 자초하고 다니는 것이다.
우리사회엔 70년대의 방만한 인플레 경제 하에서 부동산투기를 부채질하고, 그 횡재한 돈으로 사채놀이나 하고, 아니면 부동산임대로 그야말로 뒷짐지고 큰기침하며 사는「노라리」족들이 많다.
이들이 하는 일은 공연히 헛소문이나 부동산값을 부추기고, 이른바 지하경제의 아성을 이루어 탈세나 일삼는 것이다.
이번에 국세청이「노라리」족들을 추적하고, 지하경제의 맥을 찾아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엔 지켜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는 조세를 사회보복 적 수단으로 남용하거나 이용해서는 안 된다. 그런 목적이 있는 한 지하경제는 더욱 더 지하에 숨어든다.
둘째는 사생활 그 자체보다는 소득 원의 추적과 적정한 세금부과가 조사의 목적이어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검소하고 근면하며, 땀흘리는 생활태도가 우리나라의 최고 덕목으로 기려져야 한다. 그것은 먼저 국민각자, 특히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각성에서 비롯돼야 한다.
도덕적인 생활이란 그것만으로 남의 존경을 받을 수 있고 자신의 고상한 인격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그 품위라니 어디 호화생활로 뽐내는 것에 비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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