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당신] 시·노래 외우고 봉사 … 정신·사회적 건강 챙겨야 ‘구구팔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기사 이미지

의술의 발전과 경제 발전, 생활수준 향상으로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04년 78세였던 기대수명은 2014년 82.4세로 늘었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머지않아 기대수명 100세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기고] 김동헌 부산보훈병원장

수명이 길어지면서 건강한 장수가 중요해지고 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수의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요즘엔 평균수명보다 건강수명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건강수명에는 육체적 건강이 필수다. 이를 위해선 건강을 생각하는 생활습관으로 사전에 질병을 예방하는 일이 중요하다. 장수·노화 관련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40세가 넘으면 근육이 점차 쇠퇴하고(근육감소증) 그 자리에 지방이 생긴다. 특히 과식에 취약해져 잉여 칼로리가 바로 지방이 돼 근육이 빠진 자리에 들어서거나 복부지방으로 변한다. 문제는 이 지방 때문에 노화가 촉진되고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염증과 암 발생 물질들이 생성되기 쉽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을 예방하려면 다섯 가지 이상의 색깔을 가진 식단을 골고루 오래 씹어서 섭취하고, 잉여 칼로리가 남지 않도록 과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하루 1시간 이상 걷고 근육운동도 꾸준히 병행해 점점 위축되는 근육을 보강해야 한다.

건강검진도 중요하다. 미리 건강 위험요인을 파악해 조기 진단·치료하는 일은 제2의 예방이다. 이제는 3대 사망 원인인 암, 심·뇌혈관질환, 외상도 조기에 발견하면 큰 문제없이 대처할 수 있다. 조기 암은 완치에 가까운 수준으로 치료 성적이 향상됐다. 심근경색증도 적기에 병원만 찾으면 치료할 수 있다. 각 지역 외상센터에선 외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한다. 세계 5위 수준인 건강검진을 저렴하면서도 간편하게 받아 육체적 건강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육체적 건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신적·사회적·영적 건강이다. 80~90세 이상 장수에는 성공했지만 치매에 걸리면 그 의미가 퇴색된다. 육체적 건강관리와 함께 지속적인 뇌 운동으로 뇌세포를 발달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전화의 단축번호를 쓰는 대신 번호를 암기하거나 시나 노래가사를 외우며 지적 활동을 꾸준히 수행하는 일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필자가 근무하는 부산보훈병원도 국가유공자의 고령화에 따라 보훈요양원과 연계한 다양한 치매 극복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해 정신건강에 힘쓰고 있다.

사회적 건강과 영적 건강이란 타인과 함께하는 삶에서 얻을 수 있는 요소다. 근심, 원망, 공포, 질투와 같은 마음의 갈등이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영적 건강은 나보다 타인을 위한 생각과 행동에서 얻을 수 있는 심적 평온함이다. 가깝게는 가족을 위해, 나아가 지역과 사회·국가를 위한 삶을 영위함으로써 건강 100세를 완성할 수 있다.

기대수명 100세 시대는 의술의 발전이 준 기회다. 평소 건강한 식습관과 함께 적절한 운동과 주기적 건강검진을 생활화하고, 더불어 정신적·사회적 건강까지 챙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의 몸과 정신을 아끼는 마음과 행동은 의술의 발전으로는 닿을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김동헌 부산보훈병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