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 기지 사용료 안 받는 게 국제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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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는 4일 신민당의 허경구 의원 등 23명이 국회법 115조에 따라 지난 7월21일 제출한 서면질문에 대한답변을 통해 ▲미군주둔에 따른 문제 ▲미대사관의 비자발급문제 ▲반미 감정문제 등에 관해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허 의원 등이 필리핀의 경우와 같이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부지를 축소하거나 부지사용료를 받을 용의가 없느냐고 물은 데 대해 정부는『주한미군이 사용하는 기지소요에 있어 부분적인 조정은 필요에 따라 수시로 협의 시행해 나가고 있으나 우리로서는 현 단계에 있어 주한미군기지를 근본적으로 재조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정부는 앞으로 상황의 변화가 있을 경우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지사용료징수에 대해서는 자국의 방위상 필요에 의하여 집단방위 개념 하에서 외국군의 주둔을 받아들이는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제국이나 일본 등지와 같이 기지사용료를 받지 않는 것이 국제적 관행이라고 밝혔다.
이 답변서는 지난 10년간 주한미군들이 비 공무 중 일으킨 범죄의 재판관할권을 포기한 건수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지난 10년간 주한미군의 총 범죄건수는 약 1만5천 건으로 이중 약 1백 건의 중요범죄에 대해 우리정부가 재판권을 행사했으며 85년의 경우 총 범죄 1천3백%건 중 7건의 중요범죄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허 의원등이『미군들이 휴가·출장으로 들어올 때 전기제품 등 고가 품을 들여와 여기서 남는 마진의 양이 엄청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총량이 얼마나 된다고 정부에서 알고 있느냐』고 물은 데 대해 정부답변서는『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의거, 주한 미군이나 군 속이 근무를 위해 한국에 최초로 도착 시 수입한 가구·가정용품·개인 품에 대해서는 관세 및 기타 과징 금을 부과치 않고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최초로 도착한 날로부터 6개월 동안에 한하여 합리적인 양만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답변서는 또『미군들이 휴가·출장 나갈 때 한국의 국보급보물들이 반출된 사실을 알고 있는가』고 물은 데 대해『국내 일부신문보도에 따라 밀 반출 관계를 조사했으나 사실무근으로 판명됐으며 현재까지 주한미군을 통해 밀 반출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답변서는『미국비자발급 절차가 그토록 까다로운 이유는 무엇이며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느냐』고 물은 데 대해 『비자발급은 기본적으로 당해 국가의 고유권한이므로 우리 정부가 이에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성격의 것은 아니다』고 전제, 『그러나 비자발급과정에서 신청인의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면 이는 양국간의 상호협력정신에 입각하여 합리적인 개선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허 의원 등은『한국의 민족주의와 친미주의는 일치할 수도 있지만 상충할 수도 있다』면서 반미주의자가 진정한 민족주의자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한국의 민족주의가 친미주의와 일치하느냐 또는 반미주의와도 일치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국제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견해』라고 지적하고『만일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 일부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는 성숙한 외교역량의 발휘를 통해 상호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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