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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기자의 패킹쿠킹] ⑦ 밖에서 놉시다 - 하늘을 지붕 덮는 밤, 백패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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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산에 올랐습니다. 큰 배낭을 짊어지고 백패킹을 갔습니다. 백패킹 이란 커다란 배낭에 텐트, 침낭, 매트, 코펠, 버너, 음식 등 야영에 필요한 모든 용품을 챙겨 밖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을 뜻합니다. 산행 내내 무게와의 싸움이기 때문에 짐을 최소한으로 줄였는데도 곰 한 마리가 배낭 위에 올라가 있는 것만 같네요. 일단 튼튼한 두 다리를 믿고 출발해 봅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고양시 효자동과 양주시 장흥면에 걸쳐져 있는 노고산 입니다. 고도는 487m. 고수들은 한 시간 정도면 오른다는데 짐도 무겁고 동행이 초행이라 넉넉히 두 시간을 예상하고 흥국사 쪽 들머리로 들어섰습니다.

초반 30분 정도의 오름질이 만만치 않습니다. 배낭에 괜히 가져온 용품은 없는지, 음식을 조금 더 줄일껄... 하는 생각을 하며 거친 숨을 몰아 쉽니다. 하지만 급한게 없으니 마음이 여유롭습니다. 정해진 약속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빨리 올라간다고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니까요. 동행과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천천히 산에 오릅니다.

우리보다 빠른 속도로 가는 사람에게 길을 내어주고, 배낭을 내려놓고 목을 축이고,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어느덧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예상대로 딱 두 시간이 걸렸네요.

먼저 올라와 있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하룻밤 머물 텐트를 설치합니다. 땀이 식기도 전에 해가 집니다. 가만히 앉아 멋진 일몰을 바라봅니다. 시간에 쫒기지 않고 이렇게 멍하게 있었던 적이 언제였나 싶네요. 그렇습니다. 이 맛에 백패킹을 하는 겁니다.

서늘한 바람과 귀뚜라미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듭니다. 산 위에서 자는거라 그런지 밤새 등산하는 꿈을 꾸었네요.

아쉽게도 운무 때문에 바라던 일출은 보지 못했습니다. 다른 등산객들이 올라오기 전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내려옵니다.

백패킹에서 제일 중요한것은 매너 입니다. 나긋한 목소리 만으로도 충분하니 조용조용히 지내고, 가져간 것은 되가져 오고, 머물렀던 곳에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아야 합니다. 자연 에게도 꼭 지켜야 하는 태도 인거죠. 그래야 두고두고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을테니깐요.

도심의 불빛에서 멀어지고 달빛만으로도 충분한 하룻밤을 보내는 것. 그것이 백패킹의 묘미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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