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하의 건강 비타민] 항암효과 있다고 토마토만 먹으면 영양 부족…골고루 먹는 게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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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샘암 환자와 보호자가 열이면 열 모두 “토마토를 먹으면 좋은 거지요”라고 묻는다. 답은 똑같다. “토마토만 드시지 말고 제철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드세요.”

토마토의 전립샘암 예방 효과는 어느 정도 입증돼 있다. 하지만 치료 효과가 있는지 확인된 게 없다. 암 치료 효과가 검증된 음식은 아직 없다. 그런데도 환자들은 토마토를 맹신한다. 지난해 말 전립샘암을 진단받은 김모(58·서울 강남구)씨는 방사선과 호르몬 치료를 받았다. 치료 석 달 만에 체중이 68kg에서 63kg으로 줄었다. 치료 부작용이 이 정도일 가능성은 매우 작다. 원인은 토마토였다. 김씨는 토마토가 좋다는 주변 말을 듣고 끼니마다 올리브유에 구운 토마토를 2개씩 먹었다고 한다. 토마토의 포만감 때문에 다른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육류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고기를 끊었다. 영양 부족이었다.

전립샘암 예방을 둘러싼 토마토 해프닝은 과잉 의학 정보의 대표적 부작용이다. 일부 암 환자와 보호자는 영양 정보 찾기에 몰두한다. 인터넷을 뒤져 ‘리코펜’ ‘피토케미컬(식물화합물)’과 같은 용어까지 구사한다. 심지어 의료진에게 “암 치료를 위해서는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토마토와 비슷한 게 차가버섯이다. 전립샘암 환자 이모(65·서울 강동구)씨는 2014년 수술받은 뒤 암이 재발해 방사선 치료 중이었다. 외래 진료를 받으러 와서 “아들이 암에 좋다고 차가버섯을 선물했는데 먹어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단호하게 “안 된다”고 설명했다. 암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검증되지 않는 음식이나 요법은 배제하는 게 원칙이다.

올해 미국 임상영양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토마토의 리코펜 성분이 전립샘암의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3년 항암연구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와인에 든 레스베라트롤이 전립샘암 예방 효과가 있다. 녹차의 카테킨, 생선 기름의 오메가3 등도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습관은 전립샘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 비뇨기학회지 논문을 보자. 연구팀은 일본 태생 일본인과 미국 이민 2~3세 일본인을 비교했다. 두 집단의 유전자는 거의 동일하지만 이민 2~3세의 전립샘암 발병률이 높았다. 연구팀은 이민자가 서구적 식습관 때문에 전립샘암에 취약해졌다고 밝혔다. 동물성 지방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서구식 식습관이 전립샘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이론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특정 식품이 암 발생을 확실하게 낮춘다고 단정할 수준은 아니다.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제철 과일과 채소다. 토마토도 포함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감귤에 든 ‘페릴릴 알코올’ 성분도 전립샘암 예방 효과가 있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암 예방지에 실린 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암 경험자들의 금주·금연 실천율은 높으나 운동·검진 실천율은 높지 않았다.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고 적절히 운동하며 정기검진을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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