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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간강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강원도의 어느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맡는데 1천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전북의 한 대학에선 1년간의 무보수 강의를 조건으로 채용됐다고도 한다.
학문을 숭상하고 교육을 중시한다 하여 구미 국가들이 찬탄해 마지않는 우리 유교권 문화에서 이 같은 반 학문적·비교육적 작태가 어떻게 있을 수 있었는가, 심히 부끄럽고 통탄할 일이다.
인재를 채용하면서 돈을 받는다는 것은 정상적인 질서 하에서는 동서고금을 통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유능한 인물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이는 것이 상례였다.
더구나 대학은 신학문을 개발하고 구학문을 전수하면서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갈 최고급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다.
따라서 대학은 허위나 독선이 아닌 진리, 부정과 비리가 아닌 정의, 압제나 탄압이 없는 자유를 가르치고 수호하는 전당이다.
사회가 대학을 아끼고 논밭을 팔아서까지 자녀를 그곳에 보내는 것은 바로 그 같은 가치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이번 두개 지방 사학이 저지른 반사회적 행위는 대학정신에 반하고 대학의 가치를 거부하는 불법·부정이요, 교육자와 지식인에 대한 모멸이다.
그런 모욕적 조건을 감수하고 들어간 강사들이 어떻게 대학생들 앞에서 긍지를 가지고 설 수 있겠는가.
대학은 1차적으로 대학 당국에 의해 수호되고 육성돼야 한다. 그런 과제가 충실히 수행됐을 때 대학의 참된 자율은 확보될 수 있다.
대학은 먼저 대학설립 기준령에 따른 외적 조건을 충실히 갖추어야 한다. 전임교수 확보율은 1차적으로 해결돼야 할 조건이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국·공립대의 교수 확보율이 기준의 75.9%, 사립대는 68.8%다. 이런 미달 분은 속칭 상류대학에서 멀수록 심한 편이다.
이런 형편에서 대학교육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때는. 대학교수 요건이 되는 박사학위 취득자 등 자격구비자가 태부족이어서 교수요원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총·학장이 해외여행을 하는 진풍경을 벌인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강단에 설만한 교수자격자가 수요보다 훨씬 많다. 따라서 대학 당국이 성의만 가진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교수진을 확보하여 학교를 발전시킬 수 있다.
이제 문교부는 설치기준에 대한감독을 강화하여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양호한 대학은 학생정원의 증가 등 특혜를 주고 불량교는 과감히 감축시킬 것을 고려해 볼일이다.
한편 기성교수는 보다 연구활동을 강화하여 항상 새로운 학문을 전수하도록 해야하고 교수지망자는 미개척 분야나 최신 학문을 연구하여 각 대학의 스카우트 경쟁 대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기성 교수가 새 학문개발·연구에 게을리 한다면 그것은 대학과 학문의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유능한 신진학자의 길을 막는다는 사실을 통감하고 스스로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
대학은 결코 쓸모 없는 학자들의 양로원이 될 만큼 여유가 있거나 한산한 곳은 아니다.
대학은 당국·교수·학생이 각자의 분야에서 스스로 정화하고 발전시켜 나갈 때 「진리의 전당」으로서의 가치와 존엄성이 확보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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