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50년] 사라지지 않은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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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이면 정전협정이 조인된 지 50주년이 된다.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돼 약 37개월 동안 계속된 6.25전쟁에 일시 종지부를 찍은 정전협정은 그간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결을 막는 데 있어 일정 부분 역할을 해왔다. 정전협정 조인 50주년을 맞아 세계 역사상 가장 긴 정전체제로 기록되고 있는 한반도 정전협정의 협상 과정과 지난 50년 동안의 역사적 평가,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항구적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민족적 과제 등을 집중 점검해 봤다.

정전협정은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국제법적 효력을 지닌 유일한 '안전장치'다.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 정식 명칭인 정전협정에는 한반도에서의 적대행위와 무력행위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50년간 북한의 끊임없는 각종 도발은 정전협정을 얼룩지게 만들면서 한반도를 지구상의 유일한 '냉전 지역'으로 세계인들에게 각인시켜 놓고 말았다.

그간 북한에 의한 정전협정 위반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43만9백17건이나 된다는 게 유엔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북한군은 1962년 7월부터 11월 사이 세 차례에 걸쳐 아군 초소를 습격해 미군 한명이 사명하고 우자원 중위 등 4명이 납치됐으며, 60~80년대에는 거의 매년 1~3차례 이상씩 무장간첩을 남파해 무고한 양민을 살해했다.

또 67년 1월 동해에서 어선 보호활동을 하던 우리 해군의 PCE-56함을 공격해 아군 39명이 전사했고, 다음해 1월 23일에는 동해 공해상에서 정보수집 활동을 하던 미국 푸에블로호를 납치했다.

이어 69년 4월 15일에는 청진 동남방 공해상에서 정찰 중이던 미군 EC-121기를 격추해 승무원 31명이 전원 사망,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았다.

그리고 76년 8월 18일에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군이 미루나무 제거 작업을 하던 미군에게 도끼를 휘둘러 미군 장교 2명이 죽고 8명이 부상하는 사건까지 발생, 일촉즉발의 위기로까지 치달았다. 도끼 만행 사건 이후 유엔사와 북한군이 함께 경비를 하던 JSA에도 군사분계선이 설정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74년 11월 15일 비무장지대(DMZ)를 관통하는 제1땅굴이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북한군이 모두 4개의 남침용 땅굴을 판 게 확인되기도 했다.

특히 북한은 정전협정을 떠받치는 두개의 중심 축인 군사정전위와 중립국감독위를 와해해 사실상 정전협정을 무실화하고 있다.

허문영(許文寧)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전협정은 평화체제가 구축되기 전까지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하지만 남북 간 전쟁을 막은 것은 정전협정이 아닌 한.미동맹을 기초로 한 대북 억지력에 있었던 만큼 억지력 유지가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 정전협정 위반 일지

▶53년 7월 27일:정전협정 조인

▶58년 2월 16일:부산발 서울행 KNA기 탑승자 34명 간첩에 의해 납북

▶67년 1월 19일:북한 해군 동해상에서 PCE-56함 공격 아군 34명 전사

▶68년 1월 21일:북한 124군부대 31명 청와대 기습 공격

▶68년 1월 23일:동해 공해상에서 미 정보함 푸에블로호 납북

▶69년 12월 11일:강릉발 서울행 YS-11기 탑승자 51명 납북

▶74년 8월 15일:재일교포 출신 간첩 문세광 국립극장에서 육영수 여사 저격

▶74년 11월 15일:제1 땅굴 발견, 굴착시 북한군 총격해 교전

▶76년 8월 18일:판문점 도끼 만행, 미군장교 2명 살해

▶94년 4월 29일: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북한군 무장병력 40명 투입

▶2002년 6월 29일:연평해전 아군 6명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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