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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사운드 오브 뮤직’ 맏딸 차미안 카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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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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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미안 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1965, 로버트 와이즈 감독)에서 본 트랩 대령(크리스토퍼 플러머)의 사랑스러운 장녀 역을 맡았던 배우 차미안 카(Charmian Carr·사진)가 17일(현지시간) 별세했다. 74세.

그는 말년에 치매를 앓으며 투병생활을 이어왔다. 그의 가족은 차미안 카가 치매 복합증상으로 숨졌다고 이날 밝혔다. 그는 1942년 미국 시카고에서 극장 여배우인 어머니와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차미안 카는 23살이던 65년 뮤지컬을 영화화한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주인공 본 트랩 대령의 7남매 중 장녀인 리즐 본 트랩 역에 캐스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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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남자친구 랄프(오른쪽)와 ‘식스틴 고잉 온 세븐틴’을 부르는 리즐(차미안 카).

그는 이 영화에서 첫사랑에 들뜬 소녀의 감성을 순수하게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극 중에서 사랑하는 남자친구 랄프(다니엘 트러히티)와 함께 ‘식스틴 고잉 온 세븐틴(Sixteen Going on Seventeen)’이란 노래를 불러 더욱 유명해졌다. 하지만 차미안 카는 ‘사운드 오브 뮤직’ 이후 이렇다 할 영화 경력을 쌓지는 못했다. 주로 TV 시리즈에 단역으로 출연했고, 나중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사운드 오브 뮤직’, 단 한 작품으로 명성을 누렸고, 평생을 ‘리즐 본 트랩’으로 살았던 셈이다. 차미안 카는 ‘사운드 오브 뮤직’에 출연한 경험을 담은 『영원한 리즐』과 『리즐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두 권의 책도 냈다. 또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동생 역을 맡은 배우들과 함께 영화 기념행사와 공연, 팬미팅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는 2005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따라하기는 정신적 치유법으로 효과가 있다고 나는 사람들에게 늘 말한다. 영화를 틀어놓고 거기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고 움직이면 일주일 간은 모든 정신적 위축과 결별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제작사인 20세기폭스사는 공식 트위터에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오늘 사랑스러운 가족 한 명을 잃었다. 그녀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란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유족으로는 두 자녀와 네 명의 손자, 그리고 영화 역사상 ‘영원한 가족’으로 남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동생들인 6명의 배우가 있다. 영화에서 그의 부모 역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플러머(87)와 줄리 앤드루스(81)는 지금도 배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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