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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주도 인물」 자연스럽게 부각|민주 덕유산 대회서 밝힌 민주 실천 3원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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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년 전부터 당원 단합을 위해 축제 분위기 속에서 연례적으로 열려온 민정당의 덕유산 수련 대회가 올해는 본격적인 정치 집회로 바뀌었다.
다른 때와 달리 최근의 개헌 정국에서 당 집행부를 포함, 1만2천여명의 대규모 당원 집회가 열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목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22일 전두환 총재가 치사를 통해 「민주 실천 3원칙」을 천명하고 「진정한 민주화」를 실천하기 위한 6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와 아울러 이날 노태우 대표 위원의 특별 연설을 통해 「당이 나아갈 기본 방향」 5개항을 「덕유산 선언」으로 제시했다.
이들 원칙·결의·선언을 요약하면 대체로 △재집권의 의지를 천명하고 △당의 정국 주도를 선언하는 한편 △노 대표의 자연스런 부각을 암시한 것 등으로 정리된다. 말하자면 앞으로 국회 개헌 특위 가동 등 본격적인 개헌 정국의 전개와 내년에 예상되는 각종 선거에 앞서 당의 전열을 다지고 기세를 올리는 일종의 「민주화 공세」 전략의 스타트인 셈이다.
특히 「개헌 작업과 정치 발전의 지표」로 전두환 총재가 제시한 ①국민 동참의 민주화 ②국민 합의에 의한 민주화 ③국가 발전을 위한 민주화 등 「민주 실천 3원칙」은 이제까지 천명된 전 대통령의 개헌에 관한 기본 입장에서 한발짝 더 나아간 여권의 개헌 정국 운영 기본 방향의 제시가 아닌가 하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 대통령은 이 3원칙에서 『개헌 논의가 특정 집단이나 세력에 의해 독점되지 않아야 하고 (국민 동참)』 『법에 의한 정상적인 절차와 방법을 통해 여야 합의에 따라 개헌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국민 합의)』, 『개헌 논의 과정에서 안정과 질서를 심각하게 해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국가 발전)』고 밝혔다.
이는 다시 말해 「직선제=민주화」라는 주장을 내세워 직선제가 아니면 타협할 필요조차 없다는 야당 일각의 폐쇄적 자세를 겨냥하면서 대화가 아닌 민중 봉기 등의 방법으로 목적을 관철하려는 일부 투쟁 방식을 용납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3원칙은 한마디로 매우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 이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선뜻 해석하기는 어려우나 국민의 참여 확대와 안정 속의 민주화 추진이라는 방향은 짐작할 수 있다. 전 대통령은 개헌 논의가 특정한 집단이나 세력에 의해 독점돼서는 안되며 개헌안의 내용도 국민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민정당이 지금까지 제시해온 사회 각계의 자율의 확대, 권력의 분산이란 말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는데 내각책임제의 방향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고 하겠다.
국민 합의에 의한 민주화라는 두번째의 원칙은 여야 합의를 강조한 것이다. 대의 정치에 있어 국민 합의는 곧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여야 합의로 대표되는 것이라고 전 대통령은 지적했다. 따라서 이는 원외 투쟁 또는 거리에 수십만, 수백만의 인파를 내몰아 목적을 관철할 수도 있다는 발상을 배격하는 것이 되며, 어디까지나 원내에서 여야 합의로 개헌을 해야한다는 말을 강조한 것이다.
국가 발전을 위한 민주화라는 표현 속에는 안정과 질서가 유지되는 가운데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개헌 과정에서 질서가 파괴되면 국가 발전을 저해하고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 대통령의 발언에서 그것은 명백해진다.
이렇게 볼 때 전 대통령의 3원칙은 국민의 더 많은 참여와 권력 분산을 가능케 하는 내각책임제적인 개헌을 질서 속에서 원내의 여야 합의로 이뤄나가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일단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민정당은 이 같은 3원칙을 대전제로 앞으로 개헌 정국을 주도해 나갈 구체적인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민정당이 명실상부한 집권당으로 정국 운영의 중심체가 되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제부터야말로 민정당이 국정을 주도할 권한과 함께 모든 책임을 지고 정국을 풀어나가는데 전력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호헌 정국이 개헌 정국으로 전환되는 것을 계기로 비공식적으로 민정당의 정국 주도론이 수차 제기되기는 했으나 이번처럼 대통령에 의해 명확하고도 선언적으로 국정 주도권이 확인된 것은 주목된다. 그 동안 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정국 주도」를 외쳐왔다. 특히 「4·30」 3당 대표 회담 후 인사까지 포함하는 범위의 당 주도권이 당정 최고위 간부간에 양해됐다고 하면서도 실제에 있어서는 인사·정책 어느 면에서도 주도의 흔적이 나타나지 않았고 『당이 지나치게 눈치를 보는게 아니냐』는 당내 불만이 고개를 들었다.
시·도별 의원 간담회 등에서 소속 의원들은 바쁜 정치 일정을 들어 개헌 협상과 「87총선」을 이끌어갈 후계자의 조속한 선정을 촉구한바 있다.
이번 덕유산 대회를 계기로 통치 후반기를 마무리, 개헌 의사와 재집권 의지를 분명히 한 민정당으로서는 대통령의 당 주도 선언에 맞추어 「당 주도 인물」의 부각에 신경을 쓴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정치성 진한 덕유산 행사에서도 당초 계획으로는 노 대표를 「가시적」으로 부각시키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려 했으나 「특별 연설」 형식으로 바꿈으로써 「자연스런 부각」 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당은 이번 덕유산 대회의 결의를 전기로 삼아 곧 일대 쇄신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당정 관계에 있어서는 정국 주도를 실질적으로 과시하는 당정 관계를 구축하고 △당내에서는 노 대표를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고 △범 여권 내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사항을 정리하는 등이 민정당이 구상하고 있는 쇄신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 대표는 『청년·여성의 참여 기회를 확대할 것』과 『민족 대 영광의 21세기를 창조해 나갈 것』을 덕유산 선언에 포함시켰는데 이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내년 선거를 의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민정당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개헌에 관한 당내 이론 무장과 일체감을 다지고 월말까지 사실상 개헌 골격을 완성한다는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따라서 정국은 이제 여야가 각기 지구당별로 벌일 계획인 개헌 공청회 등 원외 공방과 원내 협상 등 본격적인 개헌 정국에 진입하는 느낌이다. <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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