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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서울 의대 정신과교수> <613>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고분고분한 환자들만 와준다면 의사는 얼마나 좋을까마는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환자가 의사의 권고에 따르지 않는 형태는 수없이 많지만 그 중 흔한 경우는 대개 이렇다.
①약 처방을 받고서도 짓지 않고 가는 경우 ②지어 온 약을 마음대로 증감해서 복용하는 경우 ③옆 사람들 말에 넘어가 다른 방도를 찾는 경우 ④엉터리 약에 바가지 썼다면서 화가나 안 먹는 경우 ⑤자기 병세를 중하게 보는 의사태도에 놀라 그럴리가 없다면서 코웃음치는 경우 ⑥예약하고 오지 않거나 말리는 것도 무릎 쓰고 일찍 퇴원하는 경우 등이다.
서양에서는 평균 환자들의 3분의1이 의사의 권고를 따르지 않는데, 예로 결핵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어느 외래진료소 통계를 보자.
그곳 의사가 환자들에게『병원에서 타간 약을 꼭꼭 드느냐.』 고 물었더니 95%의 환자들이 『아무럼요.』고 대답했다. 그러나 의사생각에는 그것은 너무하고 아마도 80% 정도가 복약을 준수하려니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 더 정확히 알기 위해 환자들에게 일제히 소변검사를 실시, 그 속의 약 성분을 검출했더니 단지 70%의 환자들만이 약을 복용 중이었다는 것이다.
어떤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의사 말을 잘 안 듣는가. 미국쪽 조사는 대개 이러하다.
①여자 환자가 남자 환자보다 더 안 듣는다. ②사회경제적 하류층일수록 더 안 듣는다. ③
중병을 앓는 사람일수록 더 안 듣는다. ④평소의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등 마는 등한 겨우겨우 제 몫을 해내는 사람일수록 안 듣는다 ⑤부자들일수록 일찍 퇴원해 버린다 ⑥의사의 시간을 많이 뺏는 환자일수록 다음에는 오지 않는다.
환자가 의사 말에 갈 따른다는 것은 그만큼 의사·환자간의 심리적 관계가 좋다는 말이고, 그러기 의해서는 의사가 기계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외에도 눈에 안 보이는 환자에게 공을 들여야 한다. 그러나 이런 개인적 차원 말고도 그 사회에서 의사가 얼마나 존경을 받느냐는 것도 관계가 있다. 이점에서 볼 때 서양쪽은 지난 수백 년간 의사가 상류직업인으로 행세를 해 온데 비해 한국에서는 이조중엽 이후 의사가 「중인」신분으로 전락하여 양반댁 마나님 진맥은 손목에 매단 실 끝으로 밖에 못하였었다. 그러니 아무리 해도 서양 쪽 같은·대우는 못 받는 실정이고, 게다가 모 건강관리소 사건이 터진 오늘에서야 더 할 나위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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