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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최대 규모 지진 Q&A] 재난문자 왜 늦었나, 북 핵실험 영향 없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과 관련한 불안과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 핵실험의 영향 때문이라는 루머가 퍼지는가 하면 늦게 발송된 재난문자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관련 전문가 및 관계자들로부터 이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다.

재난문자란 무엇인가. 왜 지진 발생 8분이 넘어서야 왔나.
이번 경주 지진이나 지난 여름 폭염처런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했거나 예상될 때 국민안전처가 위험 지역 주민에게 보내는 휴대전화 문자 서비스다.

지진의 경우 "발생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발생 이후에만 문자를 보내고 있다.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보내며 규모에 따라 문자 송출 범위가 달라진다.

이번처럼 규모가 5.8인 경우 진원으로부터 반경 200㎞ 이내가 문자송출 범위다. 서울·경기가 이번에 문자 송출 범위에서 빠진 이유다. 규모가 6.0 이상이면 전국에 재난문자가 보내진다.

국민안전처는 12일 지진 발생 후 8, 9분이 지나서야 문자를 보냈다. 게다가 2차 지진 때는 송출 범위 내의 일부 주민에게 문자가 가지 않았다.

안전처는 "기상청으로부터 지진 통보를 받는데 5분, 이후 정확한 지진 규모와 위치를 파악하는 데 3~4분이 걸렸다. 기상청으로 통보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또 "통신 폭주를 감안해 재난문자 처리 용량을 통신사와 사전 협의했어야 했는데, 충분히 감안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규모 5.1과 5.8의 차이는 무엇인가. 규모 6 이상이면 어떤 현상 일어나나.
지진의 규모는 로그(log)를 단위로 한다. 따라서 규모가 1 커지면 에너지는 30배 정도 커진다.

따라서 규모 5.1의 전진에 비해 규모 5.8의 본진은 에너지가 약 20배 정도에 이른다.

규모 6 이상의 지진은 그보다 훨씬 더 큰 에너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지진의 피해는 지진의 위치나 지진 발생지점의 지질학적 특성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건물이 무너지는 등 인명과 재산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규모 7 지진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인명피해는 물론 경제손실 규모도 천문학적인 액수에 달할 것으로 본다.

국민안전처 소방방재청이 2012~2015년 서울시립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지진재해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예측 모델'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중심부에서 규모 7의 지진이 일어나면 2만7581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재산 피해 규모의 경우 전파·반파·부분손실과 같은 건물피해에 의한 직접금액은 4조2000여억원, 임대료·소득손실 등 간접피해액을 모두 포함하면 전체 손실액은 2848조원이 될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규모 몇 이상이면 집밖으로 나가야 하나. 어디로 가야하나.
지진 규모로 따져서 대피하면 늦다.

지진 규모는 실제 건물이 흔들리거나 사람이 진동을 느끼는 진도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지진 규모가 크다해도 진원이나 진앙과의 거리가 멀다면 진도는 낮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진이 잦은 지역에서는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일단 테이블 등 밑으로 들어가 몸을 피하고, 큰 진동이 멈춘 뒤에는 건물 밖으로 신속히 대피하는 것이 좋다.

대피할 때에는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면 안 된다. 공터나 공원 등 넓은 공간으로 대피해야 한다.

여진은 무엇인가. 이러다 큰 지진이 오는 건 아닌가.
지진은 한 번 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지질학에선 일련의 지진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을 '본진'(本震)이라고 부른다. 본진을 기준으로 앞서 일어난 지진은 '전진'(前震), 뒤에 일어난 지진은 '여진'(餘震)이라 한다.

본진이 무엇이었는지는 결국 지진이 끝나봐야 알 수 있다. 여진이 이어지는 중에 본진보다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후의 지진이 본진이 된다.

손문 부산대 교수(지질환경과학과)는 "지진의 패턴은 너무도 다양해 예측이 힘들다. 전진 없이 처음부터 본진이 올 수도 있다. 지구 내부에서 응축된 응력이 해소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경우에 따라선 여진이 1~2년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북한 핵실험 영향은 정말 없는 건가.
SNS에선 이번 지진이 지난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때문이라는 루머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관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북의 핵실험 때 규모 5의 인공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경북영덕에서 부산에 이르는 약 170㎞에 북동-남남서 방향의 양산 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진앙의 위치를 따져볼 때 서로 간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이론적으로 인공 지진 영향으로 지진이 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유용규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장도 “북한 핵실험과의 연관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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