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이냐" vs "호의냐"

중앙일보

입력

뇌물이다.”(김정주 NXC 대표 측 변호인)

호의와 배려다.”(진경준 전 검사장 측 변호인)

김정주(48) 대표가 진경준(49ㆍ사법연수원 21기) 전 검사장에게 줘서 '126억원 주식 대박'의 종잣돈이 됐던 4억2500만원의 성격을 두고 한때 친구였던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주장을 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진 전 검사장의 9억여원대 뇌물수수 혐의 등에 대한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다. 이날 ‘30년 지기’는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았지만 옷차림만큼이나 입장은 달랐다. 김 대표는 검정색 정장 차림으로, 수감돼 있는 진씨는 푸른 색 수의를 입고 있었다.

검찰 측은 “김 대표는 진 전 검사장의 검사로서의 지위를 보고 장래 보장적 성격이라는 동일한 목적과 동기에서 2005년부터 주식ㆍ승용차ㆍ여행경비를 제공해 직무 관련성이 충분하다”며 “넥슨 재팬 주식도 진 전 검사장이 뇌물로 받은 주식의 이익을 최종적으로 실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련의 금품 수수행위가 하나의 뇌물죄를 구성한다는 거였다. 이에 대해 진 전 검사장 측은 '단짝 친구''서로의 성장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사이' 등의 수식어를 써 가며 두 사람이 특별한 관계임을 부각시키려 했다. 담당 변호사는 “두 사람은 단순한 친분 관계를 넘어 인생의 벗으로 우정을 나눠오며 30여 년간 교류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사업에 성공한 김 대표가 친구에게 베푼 호의와 배려가 뇌물로 매도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넥슨 주식 매입 기회는 공무원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제공됐고 검찰이 특혜로 본 넥슨재팬 주식 취득도 모든 주주에게 제공된 기회였다. 여행경비ㆍ제네시스 차량도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대표 측은 "공소사실을 전반적으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 측 변호사는 “주식 매입 대금 4억2500만원에 뇌물 성격이 있다고 인정한다”고 진술했다. 다만 김 대표가 진 전 검사장에게 11차례의 여행경비 5000만원을 대준 것에 대해선 “두 사람이 함께 한 여행 경비는 가족 여행 경비를 제공한 것과는 달리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공방이 진행되는 동안 김 대표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간혹 깊은 숨을 내쉬곤 했다. 진 전 검사장은 검사석을 응시하는 등 비교적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1시간 남짓한 공방 동안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재판 일정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검찰과 변호인단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검찰 측은 "김 대표와 무관한 진 전 검사장이 한진그룹의 일감을 처남 회사에 몰아주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를 먼저 심리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진 전 검사장 측은 “진 전 검사장에게 더 불리한 측면이 있는 사건을 앞세워 이미지를 나쁘게 하려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어 “검찰이 김 대표에 관해 추가 수사를 할듯 말듯 애매한 태도를 취해 김 대표가 자유롭게 진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검찰이 추가 기소를 할지 말지 밝히고 난 뒤 진실이 무엇인지 두 사람에게 물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재판부는 27일 김 대표에 대한 본격 증인신문을 열기로 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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