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한진해운 배서 짐 하역” 미 법원에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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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화주인 삼성전자가 하역비를 대신 낼 테니 화물을 내릴 수 있게 해 달라고 미국 법원에 요청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9일 한국 법원의 승인을 받아 하역비 일부인 200억원을 미국 항만 등에 송금했다.

“당장 내리지 못하면 97억원 손해”
금융위 “한진해운 미에 200억 송금”

삼성전자는 8일(현지시간) 미국에 정박해 있는 한진해운 화물선에서 자사 화물을 하역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미국 법원에 요청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화물을 당장 하역 못하면 납기를 맞추기 위해 비행기 16대를 동원해 1469t을 운송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880만 달러(약 97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에 있는 한진해운 선박 2척에는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완제품과 부품, 냉장고·세탁기 등 3790만 달러(약 417억7338만원)어치가 컨테이너 616개에 나뉘어 실려 있다. 미국 항만 측과 인부들은 화물을 내려주고 난 뒤 돈을 못 받을 것을 우려해 하역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한진해운도 일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9일 미국 측에 하역비 일부를 송금했다. 이는 다음주에 조양호 한진 회장의 사재 출연을 고려해 취한 선제 조치로 한진해운이 선박 압류를 막기 위해 미국 법원에 낸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 심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현재 한진해운이 운항 중인 선박 141척 중 92척(컨테이너선 78척, 벌크선 14척)이 공해상에 대기하는 등 비정상 운항 중이다. 이들 선박은 8일 기준 26개 국가 51개 항만 연안에 머물고 있다. 하역 못한 화물의 가액은 140억 달러(약 15조5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이 확산하면서 미국 정부도 빠른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9일 미 상무부 다이앤 패럴 부차관보가 방한해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 측은 최대 쇼핑 시즌인 11월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화물을 제때 하역하지 못하면 월마트 등 자국 유통업체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한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박태희·한애란·전영선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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