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예방 위한 교통단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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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찰의 교통단속이 사고의 예방적 효과가 크지 못하다는 조사분석 결과가 검찰에 의해 제시됐다.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주된 원인이 속도와 신호·차선위반이나 음주운전인데 정작 경찰의 단속은 주·정차위반이나 경음기 사용위반 등 엉뚱한데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사고 다발차량도 「거리의 무법자」로 일컬어지는 버스인데 실제단속은 버스 쪽보다 승용차 쪽에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거리에 나가 보면 단속상의 모순과 문제점이 문외한의 눈으로도 너무 많이 보인다. 교통경찰관이 꼭 있어야 할 곳에는 없고 굳이 없어도 될 지역에는 3, 4명이 한 군데에 몰려 있다. 거기다가 사이드카를 옆에 세워둔 기동 교통경찰관까지 함께 서있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교통경찰관이 하는 일이 교통소통과 질서유지, 사고의 예방에 있다면 경찰은 응당 사고빈발 지역이나 교통혼잡 지역 등에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
교통경찰 없이도 차량소통이 잘되고 신호등을 비롯한 교통안전시설이 완비된 지역에는 교통경찰이 사실상 불필요하다.
기동경찰은 말 그대로 기동성을 발휘, 교통이 막힌 지역이나 과속을 일삼는 위험지역을 찾아다니며 차량을 소통시키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단속을 벌여야 한다. 거리 한 쪽 귀퉁이에 서 있다가 함정단속이나 벌일 일이 아니다.
이 같은 모순된 단속, 단속을 위한 단속 때문에 단속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단속의 권위도 떨어지고 있다.
세계, 어느 도시엘 가보더라도 우리 나라 거리처럼 교통경찰관이 많이 보이는 도시는 드물다.
그런데도 교통사고 발생과 사망률은 세계 제1위를 차지, 교통사고왕국이란 불명예가 붙어 있다.
교통경찰관이 가장 많다면 사고도 응당 가장 적어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다. 교통경찰관도 많고 차량 보유대수도 외국보다 적은데 사고는 오히려 많이 일어나고 있다면 결국 교통 단속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한마디로 경찰의 단속이 교통사고 방지와 연계해서 단속활동을 벌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교통사고 원인의 93%가 운전자의 법규위반이고 그 중에서도 무면허·음주·안전거리 미 확보·중앙선침범·과속 등이 사고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단속과 지도는 엉뚱하게 행해졌다는 것을 입증한다.
경찰이 가장 많이 단속하고 있는 주·정차위반이나 경음기 단속 따위는 애써 경찰이 맡지 않아도 된다.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맡겨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사안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경찰요원을 교통으로 배치해 값비싼 장비까지 주어 운영토록 하고 있는 것은 사고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실효 있는 단속을 위한데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경찰은 이번 검찰의 문제지적을 계기로 교통단속 체제의 과감한 쇄신과 아울러 단속상의 비리 등 수술을 대폭 단행하는데 성의 있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연간 재산피해가 5천6백여억원으로 GDP(국내총생산액)의 1%를 상회하고 사망자만도 각종 유행성 전염병과 익사·해난·폭발 등 각종 재해사고 사망자의 3.5배가 넘는 7천여명이나 되는 엄청난 현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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