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왕 박세리 챔피언 레슨] 맞바람 땐 티 낮게 꽂고 클럽헤드도 낮게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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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골프는 자연과의 싸움이다. 특히 프로 대회에선 바람부는 날 라운드를 하는 건 그야말로 흔한 일이다. 오히려 바람이 없는 날이 이상할 정도다.

<6> 바람에 따른 탄도 조절법
공 위치·자세 바꾸면 미스샷 우려
뒷바람 땐 살짝 높여야 장타 가능

그래서 나는 샷을 하기 전에 항상 바람을 점검한다. 이제는 바람부터 점검하는 게 루틴이 돼버렸다. 샷을 하기 전에 잔디를 조금 뜯어 바람을 체크하는 장면, 많이 보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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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바람이 불 때는 티를 낮게 꽂은 뒤 임팩트 이후 클럽 헤드를 낮고 길게 끌어준다. [사진 하나금융그룹]

바람 때문에 크게 고생을 했던 대회를 꼽으라면 2002년 제주도에서 열렸던 제1회 CJ나인브릿지 클래식(현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이 생각난다. 대회 마지막날, 몹시 추운데다 바람까지 불어 어렵사리 플레이를 했다. 당시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강풍 속에서 힘겹게 우승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자원봉사자들도 스코어보드를 들고 서있지 못 할 만큼 센 바람이었다. 이런 날은 샷을 할 때도 영향을 받지만 짧은 퍼팅을 할 때도 어려움을 겪는다.

바람이 불 때는 티펙의 높이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보통 이상적인 티펙의 높이는 지면에 티를 꽂고 공을 올려놨을 때 드라이버 헤드의 윗부분(크라운)보다 골프공이 약간 위쪽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물론 PGA투어의 장타자들은 티펙을 일부러 높게 꽂는다. 미국의 버바 왓슨은 장타를 날리기 위해 1.89인치(약 4.8cm) 높이로 티펙을 꽂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짐 퓨릭은 0.78인치, 프레드 펑크는 0.98인치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왓슨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약 1인치(약 2.54cm)나 더 높게 티를 꽂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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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티펙을 직접 지면에 꽂아보자. 뒷바람이 분다면 좀더 멀리 공을 날려보내기 위해 티펙을 살짝 높게 꽂는다. 드라이버 헤드 윗부분이 티펙 위에 놓인 공의 중간 쯤에 놓일 정도면 괜찮다. 이렇게 티펙을 높게 꽂으면 탄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되고, 공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간다. 스윙 궤도는 변함이 없다. 티펙의 위치를 바꾸는 방법도 있지만 미스샷이 나올 수 있으므로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티펙의 높이만 조금 높이고 평소처럼 스윙을 해도 공은 뒷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간다. 단, 티펙을 높게 꽂으면 미스샷을 할 위험도 커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공을 스윗 스폿에 정확히 맞히지 못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맞바람이 불 때는 반대로 티펙을 낮게 꽂는 게 유리하다. 맞바람이 부는데도 평소와 같이 티펙을 꽂고 샷을 하면 거리 손해를 보게 마련이다. 맞바람은 특히 비거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술을 통해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맞바람이 불 때 나는 티펙을 낮게 꽂는다. 드라이버 헤드의 윗부분과 공의 높이가 비슷할 정도로 티펙을 낮게 꽂는 것이다. 맞바람이 분다고 해서 어드레스를 하면서 몸의 각도나 스탠스의 넓이를 바꿀 필요는 없다. 볼의 위치나 스탠스 넓이도 평소와 똑같다. 신경쓸 것이 많아지면 미스샷이 나올 확률도 커진다.

맞바람이 불 때는 임팩트 이후 클럽 헤드의 움직임에도 신경을 쓴다. 티펙을 낮게 꽂은 뒤 임팩트 이후 클럽 헤드를 최대한 낮고 길게 보내는 것이다. 평상시 샷을 할 때는 임팩트 이후 클럽이 스윙 궤도를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위를 향해 올라간다. 하지만 공을 낮게 보내기 위해선 클럽 헤드를 최대한 낮고 길게 끌어줘야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어떤 골퍼는 탄도를 낮게 하기 위해 공을 누르는 기분으로 샷을 한다고 말한다. 클럽 헤드를 낮고 길게 끌어주려면 임팩트 이후 왼손목이 꺾이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는 게 좋다. 나는 클럽을 낮고 길게 끌어주기 위해 양팔이 펴진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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