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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가 사랑한, 칸 영화제가 택한 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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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에 제격인 스파클링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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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 등등했던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떫은맛이 강한 와인보다는 가을 하늘처럼 청량한 와인이 더 끌리는 계절이다. 이 계절에 어울리는 와인이라면 단연 ‘파이퍼 하이직 뀌베 브뤼(Piper Heidsieck Cuvee Brut)’다. 프랑스 북동부 샹파뉴(Champagne) 지역에 있는 와인 제조사 ‘파이퍼 하이직’이 만든 샴페인이다. 샴페인은 탄산이 있는 스파클링 와인을 통틀어 부르는 별칭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오직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만 샴페인으로 부를 수 있게끔 정해뒀다.

파이퍼 하이직은 1795년부터 와인을 만든 프랑스의 대표적인 와인 명가다. 깊고 풍부한 맛을 내는 샴페인으로 특히 유명하다. 샴페인의 주재료로 레드 와인 품종 ‘피노 누아(Pinot Noir)’를 사용하는 덕분이다. 샴페인을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만 만든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파이퍼 하이직은 레드 와인 품종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한다. 파이퍼 하이직 뀌베 브뤼도 피노 누아 품종을 60%, 화이트 와인 품종 샤르도네(Chardonnay) 품종을 25% 섞어서 만든다.

지난해 10월 파이퍼 하이직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 와이너리 주변으로 펼쳐진 너른 포도밭에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포도밭에는 피노 누아 품종이 자라고 있었다. 파이퍼 하이직은 100군데 포도밭에서 수확한 피노 누아 가운데 최상급의 포도만을 골라 샴페인을 빚는다.

피노 누아의 껍질을 제거하고 와인을 만들기 때문에 샴페인은 레드 와인처럼 붉지 않고 일반 화이트 와인처럼 연한 노란 빛을 띤다. 와인이 입안에 들어올 때 기포가 터지면서 시원한 기분이 들지만, 와인을 삼키고 나면 레드 와인을 마신 것처럼 진한 과일향이 코끝에 맴돈다. 늦은 밤과 새벽녘 시원한 가을 기운이 찾아드는 요즘 날씨에 꼭 맞는 와인이라 할 수 있다.

파이퍼 하이직의 샴페인은 유독 여성의 사랑을 받아 왔다.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즐겨 마시면서 프랑스 왕실의 공식 샴페인으로 지정됐고, 여배우 마릴린 먼로는 “나는 샤넬 No.5 향수를 뿌린 후 잠자리에 들고, 파이퍼 하이직을 마시며 아침을 시작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현재 이 와인은 ‘칸 영화제’ 공식 와인이기도 하다. 자몽·딸기 등 다채로운 과일 향이 느껴지는 샴페인을 마시고 있으면 프랑스 왕실의 만찬, 할리우드 스타의 화려한 파티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파이퍼 하이직 뀌베 브뤼 8만원대.

글=양윤주 하프패스트 텐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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