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흥업소 여성 신상 폭로 ‘강남패치’ 방송인 가담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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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신상 폭로 계정 ‘강남패치’를 수사 중인 경찰이 최근 검거된 운영자와 함께 범행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여성 A씨(24)를 불러 조사했다. 운영자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계정 운영에 개입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A씨는 3년 전까지 시즌제로 방영된 케이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세를 탔고, 현재는 중국을 오가며 모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찰, 20대 모델 개입 여부 조사
자신이 아는 여성 정보 넘겨준 듯

서울 강남경찰서는 A씨가 지난달 26일 검거된 강남패치 운영자 정모(24·여)씨가 강남패치를 운영하는 데 도움을 줬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2일과 4일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계정 운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했거나 도움을 줬다면 A씨도 공범으로 함께 처벌받을 수 있다. 경찰은 A씨가 자신이 아는 여성의 신상·사생활 정보를 정씨에게 넘겨주며 강남패치의 ‘제보자’ 역할을 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지난 2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A씨는 “강남패치 때문에 피해를 입어 고소장을 내고 피해 내용을 진술하려고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고소장을 접수하거나 피해 사실을 진술한 적은 없다. 강남패치 운영에 개입한 의혹이 있어 조사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강남패치는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신상과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 정보를 폭로·유포하며 논란을 낳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다. 피해가 커지며 고소가 잇따르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강남패치가 인기를 끈 뒤 ‘한남패치’(유흥업소 종사·사생활 문란한 남성 고발), ‘오메가패치’(임신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 얼굴 공개) 등 ‘○○패치’ 열풍이 불며 피해가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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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패치’들에 대한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6월 말부터 인스타그램에 ‘성병패치’라는 계정을 개설하고 성병에 걸린 남성에 대한 제보를 받아 신상 정보를 게재한 김모(20·여)씨를 검거했다고 6일 밝혔다. 김씨는 “XX는 성병 보균자” 등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사진 등과 함께 올렸다.

이 같은 무차별 폭로는 피해가 광범위하고 지속적이다. 한 경찰서 사이버팀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싣는 ‘패치’들은 일반인 피해자를 수없이 양산하며, 사이버 공간 특성상 한 번 유포되면 영원히 지워지지 않고 확대 재생산돼 피해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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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패치들이 판치는 현상을 관음증 표출과 혐오 문화 확산으로 해석한다.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누구나 내면에 관음증을 갖고 있는데, 이런 개인적 병리가 원한·복수·응징 같은 반공동체적 모습으로 폭력화됐다. 또 이런 폭력화된 관음증은 SNS라는 기술 기반 위에서 집단화됐다”고 말했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대사회에선 나와 다른 사람 간의 차이가 너무 크고 미디어를 통해 차이가 더 잘 보여 불만도 극대화된다. 자신을 숨길 수 있는 인터넷까지 생기며 극단적으로 혐오 대상을 깎아내리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김승주 고려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신속한 처벌 시스템과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교육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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