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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대통령 “개XX” 욕설…오바마, 정상회담 당일 전격 취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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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라오스에서 예정됐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사진)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회담이 열리는 당일인 이날 새벽 성명을 내 “오바마 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갖지 않는다”며 “대신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한다”고 발표했다.

필리핀 마약범 소탕 때 인권 논란
“오바마가 문제 제기 땐 욕할 것”
미국 강경 대응에 “유감” 물러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5일에도 인권유린 논란을 부른 마약범 소탕전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문제를 제기할 경우 “개XX(putang ina, 영어로 ‘son of a bitch’라는 뜻의 타갈로그어)라고 욕할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그는 “필리핀은 속국이 아니며 미국 식민지에서 벗어났다”며 “누구도 (내정에) 간섭할 수 없다”고 현지 언론에 주장했다. 이를 전해 들은 오바마 대통령은 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보좌진에게 건설적·생산적 회담이 될지 필리핀 당국자와 논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혀 회담 취소를 예고했다.

국제 외교 무대에서 정상회담을 당일 취소하는 경우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8월 기밀을 폭로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을 받아준 러시아에 반발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그러나 이는 한 달 후 예정됐던 회담이었지 당일 취소는 아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앞서 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항저우(杭州)를 방문했을 때 중국이 레드 카펫을 준비하지 않아 외교 결례 논란이 불거졌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나라면 문을 닫고 여기서 떠나자고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욕설 발언까지 튀어나오자 백악관은 공화당 진영이 제기할 굴욕 외교 주장을 막는 측면에서라도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초강경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 외교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거센 도전에 맞대응할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기엔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 레임덕 현상을 겪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6일 뒤로 물러섰다. 라오스에 도착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대변인실 성명을 통해 “(기자 질문에 답하는) 강경한 발언이 우려와 불편함을 이끌어 냈다”며 “미국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공격으로 받아들여진 데 대해 우리도 유감을 표명한다”고 발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상호 합의로 회담을 연기했다”며 “우리는 이견을 없애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의 막말

● “교황에게 전화해 ‘개XX, 집에 가서 다신 오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지난해 11월, 교황의 마닐라 방문으로 교통 체증이 발생한 데 대해).
● “그녀는 아름다웠다. 시장인 내가 먼저 했어야 했다”
(올 4월 12일, 1989년 교도소 폭동 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호주 여성 선교사를 언급하며).
● “필립 골드버그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는 동성애자인데다 개XX다”
(6월 2일, 호주 여성 선교사에 대한 두테르테의 막말에 대해 골드버그가 비판한 데 대해).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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