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이해찬, 세종시 퇴비 민원은 황제민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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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출신 7선 의원인 이해찬(세종·무소속) 의원이 ‘퇴비 민원’ 논란에 휩싸였다. 이 의원이 “집 근처 밭에 뿌린 분뇨에서 악취가 난다”며 세종시에 조치를 요구하자 세종시가 행정부시장까지 나서는 등 과도한 대응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냄새 심하다” 전화에 부시장 출동
퇴비 15t 수거하고 성분분석 의뢰
새누리 ‘특권의식…국민에 사죄를’
이 의원 “마을대표로 정당한 민원”

1일 이해찬 의원 측에 따르면 지난달 10일께 주민 A씨가 이 의원의 세종시 전동면 미곡리 전원주택 주변 밭(300평)에 아로니아를 재배하기 위해 돼지 분뇨 15t을 뿌렸다. 이에 주민들이 이 의원 집에 찾아와 “무더위에 악취가 심해 살 수가 없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 의원 측은 지난 12일과 18일 두 차례 세종시 축산과와 조치원읍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세종시 관계자는 “분뇨를 뿌린 지 며칠 지난 데다 밭을 갈아엎어 냄새가 많이 안 날 걸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별다른 조치가 없자 이 의원은 한경호 행정부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분뇨 냄새가 심하다”고 전했다. 이에 A씨는 사흘 뒤인 21일 땅에 뿌린 퇴비 15t을 모두 수거해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날 현장에는 한 부시장까지 출동했다. 이 과정에서 세종시는 분뇨 성분분석을 의뢰했다. 땅속으로 스며든 분뇨가 식수원인 지하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다. 분석 결과 중금속인 아연 함유량이 1845㎎/㎏으로 기준치(1200㎎/㎏)를 초과하는 등 퇴비 기준에 부적합해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거명령을 한 것이라고 세종시와 이 의원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세종시당은 성명을 내고 “축산시설 악취로 고생하는 다른 지역 수천 명의 민원보다 전동면에 거주하는 한 사람의 악취 문제로 호들갑을 떠는 세종시 행정을 시민들이 어떻게 볼지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새누리당 김명연 대변인도 “도대체 퇴비가 무슨 죄가 있느냐”며 “죄가 있다면 이 의원의 존귀한 후각과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황제 민원이 죄”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농사일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농민의 밥그릇을 발로 찬 이 의원은 갑질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이 의원 측은 “밭에다 일반 퇴비가 아닌 돼지 분뇨를 뿌려 냄새가 온 동네에 진동했다”며 “주민들이 찾아와 해결을 요구해 마을 대표로 정당한 민원을 제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의원 측은 “직위를 이용해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없다”면서도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온 점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대전=김방현 기자, 이지상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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