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왕 박세리 챔피언 레슨] 드로 샷, 왼발 살짝 안쪽으로 오므리고 스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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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열렸던 맥도날드 LPGA챔피언십. 꼭 10년전 열린 이 대회에서 나는 메이저 5승 째를 거뒀다. 나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기에 마지막 메이저 우승이 이 대회로 기록될 것이다. 당시 나는 연장전 첫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덕분에 카리 웹(호주)을 꺾고 우승했다. 그런데 나는 이 대회 연장전에서 ‘인생 샷’ 이라 부를 만한 멋진 샷을 했다.

<5> 페이드·드로 샷 잘 치려면
페이드 샷은 클럽헤드 최대한 낮게
드로 샷은 손 조금 일찍 푸는게 좋아

연장 첫번째 경기가 열린 18번 홀(파4·385야드). 나는 핀까지 205야드를 남겨 두고 하이브리드 클럽을 빼들었다. 3, 4번 아이언 대용으로 쓰는 로프트 22도짜리 클럽이었다. 그린 왼쪽에는 워터해저드가 있어 자칫 훅이라도 나면 공을 물에 빠뜨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는 자신있게 클럽을 휘둘렀고, 허공을 가른 공은 홀에서 10㎝가 채 못 되는 거리에 멈춰섰다.

오늘에서야 처음 밝히지만 이 샷은 너무 잘 맞았기 때문에 ‘아차’ 싶을 정도로 위험한(?) 샷이었다. 당시 핀까지 남은 거리는 205야드였다. 4번 하이브리드 클럽이었는데 평소엔 캐리로 180야드 정도 보낼 수 있었다. 그린 에지까지 남은 거리가 이 정도 거리였는데 대회 중에는 반클럽 정도 더 나가기 때문에 충분히 그린 위에 떨어뜨릴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방법. 그린 왼쪽에 워터해저드가 있고 핀도 왼쪽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에 그린 우측을 겨냥한 뒤 드로 샷으로 공략하는 것이 적절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공은 발보다 높은 곳에 놓여 있어 훅이 나오기 쉬웠다. 하지만 이렇게 긴장감이 몰려오는 중요한 순간에는 가장 편하고 자신있게 칠 수 있는 샷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캐디에게 “그린 왼쪽 끝을 겨냥하고 페이드샷을 해서 핀 우측 그린 중앙 쪽으로 보내겠다” 고 얘기했고, 캐디도 동의했다. 셋업에 들어가면 캐디가 방향이 맞는지 다시 확인해주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은 필수다. 그런데 임팩트 직후 ‘너무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이 일직선으로 날아가면 물에 빠질 가능성도 있었다. 가슴이 덜컥하는 순간 공은 점차 오른쪽으로 휘기 시작했고 나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보다 나은 미스샷(?)이었다. 어쨌든 어려운 순간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샷이 있다는 것은 스코어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나 역시 이 때 자신없는 드로샷을 구사했다면 좋은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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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페이드 샷이나 드로 샷은 어떻게 치는 걸까. 페이드 샷을 할 때는 스탠스와 공의 위치가 평소와 똑같다. 사람에 따라 볼 위치를 오른쪽으로 살짝 옮기는 것이 편할 수도 있다. 다만 평소보다 왼쪽으로만 두지 않으면 된다. 페이드샷을 할 때 나는 클럽 헤드의 움직임과 임팩트 직후 손의 위치에 신경을 쓴다. 페이드는 클럽 헤드를 최대한 낮게 끌어줘야 성공할 수 있다. 억지로 아웃사이드→인사이드의 궤도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임팩트 이후 클럽 헤드를 낮은 상태로 유지하려고 하면 손이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돌 수 밖에 없다. 손이 안쪽으로 들어온다고 해서 클럽이 닫히면 안 된다. 클럽 페이스는 목표 방향을 향하도록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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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드로 샷을 구사할 때 나는 약간의 변화를 준다. 가장 먼저 스탠스가 달라진다. 평소엔 11자로 스탠스를 서는게 보통이지만 드로 샷을 구사할 때는 왼발을 약간 안쪽으로 오므려준다. 이렇게 하면 다운스윙 때 버티는 힘이 좀 더 강해지기 때문에 왼쪽다리가 밀리지 않고 클럽을 던질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신경써야 할 점은 임팩트 때 릴리스를 하는 방법이다. 드로 샷을 할 때는 손을 좀 더 일찍 풀어준다는 느낌으로 클럽 헤드를 바깥쪽으로 던지는 게 좋다. 페이드 샷을 할 때는 손을 풀지 않고 임팩트 이후까지 유지하는 반면 드로샷을 할 때는 릴리스를 할 때 클럽을 바깥쪽으로 보내는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이나 위기 상황에선 자신있게 구사할 수 있는 샷이 최고라는 게 내 생각이다. 심한 슬라이스나 훅은 교정해야 하지만 자연스러운 페이드 또는 드로 구질이라면 거기에 맞춰서 플레이를 하는 게 좋다.

박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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