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천리대 소장 한국 민예품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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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 고유 민속품의 진수들이 국내보다는 오히려 외국에 더 많이 수집돼 있다.
민속품은 우리네 생활속에 면면히 이어져 온 고유의 생활 풍습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정다운 벗들이다. 또 민의 솜씨와 예술적 감각이 깃 든 우리네 삶의 자국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민속 유물 수집 보존 실태는 관·민간에 너무도 소홀했다.
대표적인 예의 하나가 고려 나전칠기나 전래의 무속관련 신상. 이런 민속 유물의 일품들은 국내 수장이 전무하고 오히려 일본·미국·영국·독일 등에는 일품들이 수집·전시돼 있다.
구미 여러 나라의 경우 민속품을 주로 전시한 민속관이 역사·고고박물관보다 훨씬 더 많고 박물관의 주류를 이룬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75년 뒤늦게 최초로 설립된 서울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이 6천 5백여점의 민속품을 수장, 2천 3백여점을 전시하고 있는 정도다.
이밖에 사설 민속박물관이 온양·경주·진주·제주 등에 하나씩 있긴 하나 아직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지도 못했고 수장품의 질과 양도 온양민속박물관을 제외하고는 별로 대단치 못하다.
이 같은 우리 실정에 비추어 일본 천리대가 최근 민속 유산을 통한 인류 상호 이해를 위해 발간한 『사람·물건·마음』 이라는 세계 민속도록 제 2집 한국 민속편에 실린 2백 7점의 韓國 고유 민속품은 착잡한 감회를 되씹게 한다. 천리대 민속박물관이 소장, 도록에 올린 고려시대 무속신상·조선조의 대모(거북 껍데기) 상감 옷장 등은 현재 국내에는 한 점도 없는 귀중한 민속품들이다.
선인들의 생활 모습을 오늘에 되새겨 볼 수 있는 민속품들 중 현재 가장 빈곤한 분야는 무속·목가구다.
이 같은 민예품들은 19세기 말 개화기로부터 일제를 거치는 동안 일본·서구 제국들에서 내왕한 외국인들이 일찌기 관심을 갖고 수집해 가 버렸다.
무속 관련의 민속품 보존이 허술하게 된 것은 특히 60년대 말부터 추진된「새마을운동」이 주요 원인의 하나이기도 하다. 새마을운동은 마을 입구의 장승이나 서낭당을 모두 철거, 불살라 버렸다.
이 같은 획일적 행정은 10여년이 지나자 서울시내 한복판의 호델 한식당이나 쇼핑센터 앞에 새삼 장승을 깎아 세우는「민속부활의 몸부림」을 치게 했다.
『한국인처럼 자기 문화를 스스로 쉽게 말살하는 예도 드물 것 같다.』
몇해 전 한국 민속을 돌아보기 위해 방한했던 한 외국인 문화인류학자의 이 같은 촌평은 오늘도 인사동 거리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팔고 사는 많은 고유 민속품들의 거래를 다시 한번 생각케 한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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