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산업의 설비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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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번 상반기 중에는 수출도 꽤 늘어나고 경기도 회복추세에 들어서서 이른바 3저와 세계경기회복의 덕을 크게 보고있는 셈이다. 정부나 연구기관들도 한결같이 올해 경제를 낙관하고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수출이 잘 된다고 하반기와 내년 이후에도 잘 되리라는 보장은 아무 데도 없다. 3저의 좋은 여건이 앞으로 내내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나타난 현상을 냉정하게 가려보면 3저의 여건이 내수와 수출산업간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는 측면과 수출산업 중에도 설비능력이나 소재·부품·기술 자립도에 따라 3저의 파급이 천차만별인 점등이 더욱 두드러지고있다.
이와 같은 산업내의 경기 기복과 불균형은 어느 선까지는 불가피하다 해도 길게는 역시 산업의 총체적 효율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수출이 늘어난다고 자족하기보다는 이런 산업 내 양지와 응달의 대비가 너무 극명해지지 않도록 보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선 필요한 것은 현재의 수출산업 현황을 엄밀히 파악, 분석하고 부문별 애로 내지 장애요소와 중장기적 경쟁력 변화는 물론 설비의 효율과 내용성 등을 두루 점검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런 일은 통상적인 업무랄 수 있지만 현재 국내적으로는 산업구조 조정이 진행되고있고 국제경제질서도 통화·무역·유가 등 광범한 분야에서 재편되는 마당에 우리의 현황과 경쟁 잠재력을 엄정히 재평가해보는 일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상공부의 최근 조사로는 역시 국내 수출산업의 최대 애로가 설비와 연관되어 있음을 짐작케 만든다. 2천여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한 이 설문조사는 자동차·전자·섬유·금속 등 주요 수출산업에서 심각한 설비부족이 호소되었고, 설비부족업체 중 40%가까이는 아직도 설비투자계획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의 집계로는 이 같은 설비부족이 15억 달러의 수출차질을 빚을 것으로 추계 되었다.
설비의 개체와 현대화는 물론 해당업계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르는 일이지만 수출여건이 호전되는 시기에 설비부족이 나타난다면 이는 한마디로 사전대응의 불비로 볼 수 있다.
물론 일시적 호황만 믿고 무턱대고 시설을 늘릴 수는 없겠지만 설비개체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자금이 없어 속수무책인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런 산업은 정부와 은행들이 협의하여 투자여건을 조성하고 지원해 주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기술과 연관되는 최신. 최고의 설비개체는 자금만으로도 해결이 어려우므로 여러 유관 부서와 연구기관들의 협동작업이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관심사는 수출업체의 71%가 유가하락에 「영향 없다」고 응답한 점이다. 이는 원유가 하락과 국내 에너지가격이 제대로 연동되지 않은데서 생긴 결과로 풀이된다.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산업용 유류나 전력비용의 인하 지원이 절실한 것으로 판단된다. 원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기금의 활용에서도 이런 측면들이 두루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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