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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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축구는 6일 동구의 강호 불가리아와 접전끝에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월드컵축구에서 처음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비록 승리는 아니었지만 그것은 명백하게 한국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성과였다.
지난3일 우리는 아르헨티나에 3대1로 패했다. 그냥 패한 것만이 아니라 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해보지도 못하고 태권도식 축구라는 핀잔만 들었다.
영국의 더 타임즈는 『본선 무대에 나올 자격이 없다는 주장의 근거가 없지 않다』고 까지 우리 팀을 혹평했다.
『축구란 없었고 반칙만 무성했다』는 멕시코신문의 평도 있었다.
다만 그 경기에서 우리는 박창선의 한 골로 월드컵 사상 첫 골을 기록하는데 의미를 부여했었다.
54년에 월드컵대회 본선에 처음 올랐던 우리 팀은 무참한 패배를 겪어야 했었다. 헝가리에 9대0, 터키에는 7-0의 참패였다.
전원이 수비에 급급했으니 골을 넣을 엄두도 못 냈었다.
그것은 바로 「코미디 축구」였다. 우리 팀은 우물 안 축구의 한계를 통감하며 망신을 당해야했다.
그때 우리 팀의 본선진출은 일본을 5대1, 2대2로 제압한 결과였다는 게 인상적이다.
일본을 이기고 돌아온 선수들을 맞으며 이승만 대통령은 만면에 웃음을 띠고『일본선수들이 모두 할복할 줄 알았는데 왜 할복한 사람이 없느냐』 고 농담을 하는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그때 한국축구는 세계무대에선 수준미달이었다.
그러나 32년이 지난 지금 우리축구는 동구의 강호 불가리아와 무승부를 이루는 장족의 발전을 했다.
불가리아는 예선에서 동독·유고·룩셈부르크를 밀어내고 프랑스와 함께 5승1무2패를 기록해 본선에 올랐다.
우승후보 프랑스와도 홈 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하고 원정경기에서 1대0으로 졌을 뿐이다.
그들은 62년 칠레대회이래 무려5번이나 본선에 진출하고 있다.
뿐더러 그들은 지난달 북한 팀을 소피아에 불러 3대0으로 가볍게 요리하면서 한국축구를 유린할 셈이었다.
그런 불가리아에 맞서 비긴 것은 우리 팀의 자랑이다.
앞으로 남은 이탈리아 팀이라고 두려워 할 것은 없다. 그들이 비록 강하기는 하지만 66년에 북한 팀도 그들을 1대0으로 누른 기록이 있다.
이제야말로 난관을 돌파하는 무서운 한민족의 기개를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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