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조양호 회장, 오너로서 책임 있는 모습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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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채권단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한진해운의 자구책을 거부하고 신규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날 오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채권단의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용석 산업은행 구조조정 부문장. [사진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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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대주주와 오너로서 책임 있는 모습이 미흡했기 때문에 자구안을 수용할 수 없었다.”

최근 만났지만 시각 차이 못 좁혀
기업 구조조정은 자구 노력이 우선
밑 빠진 독 물 붓기식 지원 못해
수출 차질 없게 현대상선 선박 투입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0일 채권단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채권단은 이날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한진해운의 자구책을 거부하고 신규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회장은 “한진해운 회생에 대한 한진그룹과 채권단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지원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자율협약 종료(9월 4일)까지 협상 여지 있나.
“최근 3~4일간 세 차례 협상했는데도 진전이 없었다. 최후까지 최선의 노력을 하겠지만 협상안이 다시 나오긴 어려울 듯하다.”
자구책을 받아들이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
“부족 자금은 1조~1조2000억원인데 한진그룹이 제출한 자구 규모(5000억원)는 이보다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이 막판에 추가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크게 달라질 건 없었다. 자금 집행 시기를 앞당겼을 뿐 지원 금액은 늘리지 않고 원래대로 5000억원을 고수했다.”
법정관리는 언제 신청하는지.
“이제 막 지원 불가 결정을 내려서 아직 한진해운으로부터 입장을 듣지 못했다. 일반적인 절차를 감안하면 한진해운이 신청하고 법원이 개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
법정관리 시 회생보다 파산 결정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데.
“법원이 결정할 문제지만 파산 가능성이 큰 건 사실이다.”
한국선주협회에선 법정관리 시 최대 17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정도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손실 규모를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 수출 물량 운송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대상선과 협의해 대체 선박 투입 등을 협력하겠다.”
한진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한진이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을 빼돌렸다는 지적이 있다.
“여러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채권단 입장에선 한진해운을 믿고 싶다. 만약 (빼돌리기) 의혹이 있다면 향후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설득할 순 없었는지.
“최근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생각과 시각의 차이를 좁힐 수 없었다. 제수씨(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가 맡았다가 어려워진 기업에 1조원을 투입했는데 또다시 대규모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 조 회장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기업 구조조정은 해당 기업의 자구 노력이 우선이고,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대상선과의 합병도 고려할 수 있나.
“지금까진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앞으로 경우의 수 중 하나는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시나리오를 계획하지 않고 있다.”

글=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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