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상태」서 새 헌법 만듭시다〃|노·이 3시간20분 회담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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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태우 민정당 대표위원과 이민우 신민당 총재는 29일 저녁3시간20분 동안 플라자호텔에서 만찬을 경해 시국전반을 협의했다.
다음은 회담후 두 사람의 보충설명과 공동발표문, 심명보 민정·홍사덕 신민당 대변인의 배경설명을 종합해 재구성한 내용이다.

<청와대 회담>
▲이 총재=오늘 우리의 만남은 만나는 자체에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이 자리에서 당장 어떤 타결 책이나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가와 민족을 의한다는 차원에서 대 타협이 이뤄지도록 성의껏 노력해 봅시다.
▲노 대표=동감입니다.
▲이=4·30 청와대회동에서 내가 제기하고 전두환 대통령이 약속했던 전 대통령과의 면담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노 대표께서 주선해 주십시오.
▲노=이 총재의 대통령 면담요청은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실현되도록 주선해 드리겠습니다.
신민당도 4·30 청와대회동 정신에 따라 여야가 국회에서의 대 타협을 통해 대통령의 임기 내에 헌법개정을 실현하기 외해 국회 헌법특별위원회 구성에 조건 없이 참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구속자 석방>
▲이=국민에게 자유로운 정부선택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기본입장에서 국회 내 개헌특위구성엔 원칙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정부와 여당은 대타협의 분위기조성을 외해 개헌투쟁을 하다 구속된 1천5백여명의 학생·근로자와 민주인사들을 모두 흔쾌하게 풀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노=국가의 발전과 민족의 번영을 기약하는 성스럽고 중차대한 과업을 수행하기 외해 국회 안에 헌특을 설치·운영하자는 데 있어 어떠한 전제나 조건을 이에 결부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오히려 민주화의 대의를 그르치거나 국민의 여망을 저버릴 위험마저 있는 것 아닙니까.
따라서 이 총재가 말씀하신 사전 보장적 요구사항은 대 타협과는 무관한 별개의 사안으로서 별도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백지상태에서 새 헌법이라는 그림을 그리겠다고 노 대표도 말씀하셨는데 개헌을 하려면 개헌을 주장한 이유로 구속된 사람은 당연히 빠른 시일 내에 원상복귀 돼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학생·근로자들의 분신자살이 잇달아 발생하는 등 심각한 사회적 국면인 만큼 대타협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도 이들과, 특히 민통련 의장 문익환 목사는 즉각 석방돼야 합니다.
또 지난 개원국회에 여야합의사항이면서도 지금껏 이뤄지지 않고 있는 사면·복권도 당연히 실현돼야 합니다.
▲노=이 총재 못지 않게 우리도 구속된 학생들이 우리들의 아들·딸로 미래의 한국을 짊어질 동량들이라는 점에서 똑같은 동정심을 갖고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헌특구성과는 별도로 다뤄야 된다고 보며 나는 야당 총재가 제기한 문제라는 점을 감안해 전체적인 대타협의 여건조성을 외해 각별한 관심을 갖겠습니다.
당국도 주기적으로 재분류작업을 하고 있는 만큼 그들의 대도에 따라 선도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가려낼 것으로 봅니다.
당국도 야당 못지 않게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문 목사는….
▲노=문 목사는 인천사태배후조종은 물론 이 총재께선 당시 워싱턴에 계셔 잘 모르시겠지만 서울대 자민투로부터 초청을 받아가서 학생들을 선동했고 급기야는 한 학생이 분신·투신하는 등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 발생케 한 책임이 있습니다.
이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아야 할 입장에 있는 사람이 학생을 선동해 분신 자살케 해서야 되겠읍니까.
집시법위반으로 구속할 때도 어느 기관에서 단순히 몇 사람의 말에 따라 구속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 해당기관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결정했습니다.
구속학생들은 모두 우리 품속에 있는 국민들입니다. 구속집행기관도 똑같은 배려를 하는 입장에서 집행을 하고있는 것으로 압니다.
구속된 학생들만 해도 케이스마다 다릅니다. 극렬 좌경 의식화로 법을 어겨 구속된 사람이 있는가하면 다른 여러 법률을 어겨 구속된 사람도 있습니다. 분신 자살하는, 가슴이 찢어지는 이런 사태를 예방해야할 공동입장에 이 총재와 본인은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이러이러해 이것은 안되고 저러니까 된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따지기에 앞서 그 의견을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헌특시한>
▲이=아까도 말했습니다만 헌특구성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정기국회가 열리는9월20일 안에 헌특작업을 끝내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입니다.
▲노=헌특활동시한을 9월20일 이전까지로 못박자고 하셨는데 만약 그때까지 완전합의를 보지 못하거나 예를 들어 3분의2정도 합의를 본 상태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때문에 시한의 명시는 의미가 없게되므로 이 자리에서는 가능한 빠르게 개헌작업을 한다는 원칙만 세우고 총무들에게 맡깁시다.
▲이=우리가 9월20일까지 헌특활동을 끝내자는 의미는 그리돼야 정기국회에 개헌안이 상정되고 우리당론인 연내개헌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노 대표말씀대로 그때 3분의2쯤 합의된 상대라면 날짜가 조금 넘는다고 무효화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연내 개헌합의만 된다면 국민투표야 내년 초로 한 두 달 좀 늦춰질 수도 있는 거지요.
다만 중요한 것은 개정된 헌법에 의해 대통령선거가 내년 중에는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노=대통령 임기 내 개헌하자는 데는 서로가 의견을 같이하고 있으니 만큼 굳이 시한을 못박아 졸속하게 헌특을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임기 전 개헌이란 말씀은 새 헌법에 따라 임기 전에 대통령을 선출해 진정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자는 말 아닙니까. 그리하자면 개헌합의가 빨리 돼야 합니다. 시간이 없지 않습니까.
▲노=국민이 자유로운 정부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헌법을 만들자는 데는 우리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다된 것 아닙니까. 민주주의를 하는 선진국에서는 직선제·간선제·내각책임제 등을 하고있는데 어느 제도든 국민에게 자유로운 정부선택권을 주는 민주제도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시한문제를 포함해 명칭·구성비율 등 구체적인 사항은 총무들에게 맡깁시다.
▲이=그럼 총무들에게 맡기기로 하지요. 참고로 우리 당의 입장을 말씀드린다면 명칭은 반드시 헌법개정특위여야 하며 구성비율은 80년 예와 같이 여야 동수로 하자는 것입니다.
▲노=명칭에는 구애받지 않겠다는 게 우리 당의 입장입니다. 구성비율은 국회법과 관례가 있으므로 총무들이 논의해도 충분한 것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여야가 다같이 어떻게 하면 우리 실정에 맞고 국민들의 민주화요구에 부응하느냐에 달린 것이죠. 야당 측이 장외투쟁을 하고, 여기에 일부 불순한 경향을 가진 재야세력과 과격·극좌학생들이 가세해 심각한 소요를 일으키고 분신자살까지 해서 국민들이 불안을 그게 느끼는데 우리 정치인들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4·30 청와대회동정신에 따라 여야가 허심탄회하게 국가의 장래를 위해 대 타협을 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이 절실한 우리들의 사명이라고 봅니다.
▲이=학생들은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시대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역사적인 일을 하기 위해선 서로가 모든 사심을 버리고 진심을 보여야 합니다.
민주주의 제도가 확립된다면 학생들을 포함해 국민들도 지지할 겁니다.
우리가 개헌하자는 것은 어떤 특정인을 위해서 하자는 게 아닙니다. 민주제도에 의해 국민의 심판을 받아가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자는 것입니다.
민정당도 과거 자유당이나 공화당처럼 되지 말고 역사와 더불어 오래도록 여도 되고 야도 되는 정당이 돼주길 기대합니다.
대 타협을 위해 공동노력하자는 데는 저도 동감입니다.

<전주개헌집회 중지문제>
▲노=여야가 대 타협이라는 공동목표를 향해 상호 협조와 호양의 분위기를 조성해가고 있는 이때 신민당이 31일 전주현판식을 강행할 경우 모처럼의 호기를 맞은 정국에 다시 경색을 초래할 소지가 충분히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재야의 과격세력이 신민당의 집회에 앞서 소위 민중대회를 불법으로 개최하고자 획책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호남지역의 문제권 학생도 집결할 것이고 특정인들의 자파 조직간에 세력다툼도 있지 않겠습니까.
인천사태의 재판이 우려됩니다. 그러니까 전주대회는 중지해 주십시오.
▲이=걱정스러운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나 우리 당은 비폭력·평화적 방법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미 일정이 잡혀있으므로 중지할 수는 없습니다.
▲노=또다시 인천사태를 재현시킨다면, 국민들에게 불안을 씻어주어야 할 우리들이 무슨 얼굴로 국민들 앞에 나설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신민당도 일체의 장외투쟁을 중지 또는 취소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합니다.
▲이=우리도 최선을 다해서 마산대회와 같은 평화적 행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다소 과격성을 띤다고 해서 그들을 너무 과격하게 대해 인천과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기를 바랍니다.(하오9시40분쯤 이야기를 끝낸 두 사람은 심명보 민정·홍사덕 신민당 대변인을 불러40여분간 공동발표문을 작성하고 10시20분쯤 헤어졌다.) <이수근·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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