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 대화 재개 위한 물밑 접촉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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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직 관료와 북한의 고위 관계자들이 올해 들어 독일 베를린과 싱가포르, 중국 베이징 등에서 회동하면서 북핵 문제를 재논의할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1년 북한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뒤 북한과 미국 사이엔 아직 공식 대화가 없었는데 물밑에선 비밀대화가 지속적으로 오갔다는 얘기다.

WP에 따르면 지난 2월 독일 베를린에선 ‘트랙 2(Track 2ㆍ민간 접촉)’를 통해 북한과 미국이 만났다.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이 비공식 모임에 참석한 조엘 위트 전 미 국무부 북한분석관은 올해 5월 외무상으로 승진한 이용호 당시 외무성 부상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위트 전 분석관은 “북측의 주된 관심사는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그들은 평화조약의 맥락에서 핵무장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하고자 했다”라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대북 협상가로 활동했던 전직 미국 관료인 로버트 칼린은 이 회동에서의 경험을 근거로 같은 달 12일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에 “북한이 비핵화에 관한 대화를 수용할 뜻이 있었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라고 주장하는 글을 싣기도 했다.

다만 북한의 진의와 비핵화 의지에 대해선 북한과 접촉했던 인사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회동에 참석한 뒤 “최근 북한의 주장은 지금까지 해 오던 얘기와 실제로는 다르지 않다. 이걸 새로운 신호라고 해석하는 건 희망 사항”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당시 ‘트랙 1.5(반민반관)’ 접촉에서 북측이 “대화 재개를 위해 현재 보유한 핵무기를 인정하고 더는 무기를 개발하지 않는 조건을 내걸었다”라는 주장도 나왔다. WP는 당시 대화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미 국무부는 공식적으로 부정하고 있지만 성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비공식적으로 만났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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